'이탈리아판 적과의 동침'…새 연정 탄생했지만 생명력은 '글쎄'

입력 2019-09-06 06:31  

'이탈리아판 적과의 동침'…새 연정 탄생했지만 생명력은 '글쎄'
2023년 임기 지킬 수 있을지 관심…정치분석가들 '쉽지않다' 전망
2차대전 이후 들어선 67번째 내각…평균 재임 기간 1년 1개월 불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새로운 연립정부가 5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사실상 업무에 들어갔다.
오는 10일 상·하원의 신임 표결을 남겨두긴 했지만 양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해 신임안 통과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에서는 작년 6월부터 1년 2개월간 극우 정당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을 이끈 주세페 콘테 총리가 재추대된 점을 고려해 이번 정부를 '콘테 2기 내각'으로 칭하고 있다.
사실 의회 내에서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며 원수지간처럼 지내온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총선에서 다수당에 오른 뒤 민주당에 먼저 연정을 해보자고 제안했으나 끝내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치이념이 정반대인 동맹과 손을 잡았었다.
정치 지향점은 물론 정책이나 지지 기반 등이 크게 다른 양당이 구원(舊怨)을 제쳐두고 서로에게 밀착한 것은 결국 동맹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달 8일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탄 낸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의 의도대로 조기 총선을 치를 경우 필패가 명약관화하다는 위기감이 두 당을 끌어당겼다는 분석이다.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은 여러 정책 부문에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 '극우 포퓰리즘' 연정과 달리 유럽연합(EU)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통적으로 EU와의 우호 관계를 중시해온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입각한 것도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경제·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직에 임명된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유럽의회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친(親) EU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지난 5년간 유럽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를 이끌어 EU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꼽힌다.
이탈리아와 EU 관계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은 재정적자다. 이탈리아는 경제 부흥을 위해 재정적자 확대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EU는 이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 연정 때인 작년에도 2019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충돌하면서 관계가 급속히 악화했다.
하지만 새 연정은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적자 규모를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EU와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살비니가 주도한 강경 난민 정책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원천 금지하는 현재의 강경 일변도 난민 정책을 유지할 것이냐, 수정을 가할 것이냐는 연정 협상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민주당은 난민 정책을 인권 친화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오성운동은 현재의 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맞섰다.
난민 유입의 직격탄을 맞는 이탈리아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둔 오성운동으로선 당의 존폐와도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양측은 난민 구조선의 입항조차 막는 것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정 부분 정책 변화를 주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타협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난민 구조선 입항 금지와 무단 영해 진입 시 벌금 부과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살비니 치안법안'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정가의 관심은 새 연정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모인다.
이론상으로 양당은 현 의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까지 내각을 이끌게 되지만, 오성운동과 동맹 사례에서 보듯 파국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정치 평론가들은 대체로 새 연정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양당이 26개 항목에 이르는 정책 합의안을 내놓긴 했지만, 끈끈한 정책 연대라기보다는 동맹이라는 외부의 적을 배제하기 위한 정치적 연대 성격이 강해 기반이 그리 단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시밀리아노 파나라리 로마 루이스대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새 연정은 분명히 브뤼셀(EU)이 선호하는 연정"이라면서도 "임기를 마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경제학자인 플로리안 헨스도 AFP 통신에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연정에 합의하기보다 더 까다로운 일"이라며 가시밭길 미래를 예상했다.
그는 이어 부패한 기성정치 타파를 내건 오성운동은 지난 6년간 기성 정당인 민주당의 골칫거리였다면서 "양쪽을 조율하는 콘테의 능력이 이전 연정에서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내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들어선 67번째 내각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내각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1개월에 불과하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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