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보험사 지와스라야 작년 10월부터 지급불능 상태…470여명 420억원 피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연 9% 이자에 세금도 안 떼고 5년간 보험 혜택까지 준다고 하니 하나은행을 믿고 가입한 거죠."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KEB하나은행 현지법인을 항의 방문한 한국 교민 20여명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묶인 돈을 받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도네시아 국영 보험사 지와스라야가 2013년부터 하나은행 인니법인 등 7개 은행을 통해 고이율의 저축성보험을 판매했는데,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작년 10월부터 원금 지급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인니법인을 통해 해당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한국인 470여명과 현지인 1천100여명 등 1천600여명이나 된다.
금액으로는 한국인이 약 420억원, 현지인이 약 1천150억원가량이다.
지와스라야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지 열 달이 지난 현재까지 극소수 소액 피해자에게만 원금을 줬을 뿐, 나머지 피해자들은 기약 없이 기다리는 상황이다.
3억원을 해당 상품에 넣은 박 모 씨는 연합뉴스에 "하나은행에 비치된 홍보물에 분명히 지와스라야와 하나은행이 공동판매하는 것처럼 적혀있었고, 심지어 관련 문서에는 예금(Deposit)으로 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교민으로서 '하나은행이니까 손해 볼 일은 없겠거니 '하고 가입했는데 전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원금을 받으려면 2∼3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까지고 나오니 속이 터진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8년간 모은 돈 1억원을 넣은 김모씨도 "정기예금을 알아보러 왔는데, 시중은행보다 두 배 이율을 준다고 권유하니 당연히 해당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도네시아어를 잘 모르니 사인하라는 곳에 사인했고, 한국인 피해자 상당수가 나와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 주재원 등으로 일시 체류하면서 전세금이나 목돈을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 피해자들은 마음이 더 급하다. 일부는 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하나은행 인니법인 전 은행장에게 정기예금을 물었더니 "좋은 상품이 있다"고 권유하는 바람에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여러 명 목소리를 냈다.
인니 한인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 이강현씨는 "그동안에는 지와스라야가 국영 보험사라서 아예 떼먹지는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더는 그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피해자들과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교민 수백 명이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도, 우리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하나은행이 해당 상품 가입증권을 인수해 원금을 먼저 내주길 원한다.
하지만, 하나은행 현지법인 박종진 부행장은 이날 "사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모두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고 어려운 입장을 설명했다.
하나은행 측이 이날 지와스라야를 상대로 한 피해자 주도의 '법률적 접근'을 언급하자 피해자들은 "알아서 소송하라 하면 외국인으로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대사관을 통해 금융감독청과 국영기업부에 서한을 보냈지만, 진전이 없다.
피해 교민들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모르는 것 같다. 조코위 대통령이 오는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때 이 문제를 의제로 거론해야 해결이 빠르다"고 의견을 모았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수차례 지와스라야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민은 하나은행을 믿고 돈을 맡겼으니 하나은행이 먼저 책임을 지고 그 뒤에 지와스라야와 기관 대 기관으로 싸워야 한다"며 "우리 교민, 개개인 고객이 무슨 능력과 정보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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