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수분부족·약물·음주 등 원인 다양…"당황 말고 스트레칭 해줘야"
증상 잦다면 '하지정맥류' 가능성 커…영양제에만 의존해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 서울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어느 날 잠을 자다가 왼쪽 종아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잠에서 깼다. 다리가 심하게 아팠고, 근육이 땅겨지는 증상이 한참 동안 계속됐다. 고통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도 왼쪽 종아리의 통증은 여전하고 개운하지 않았다.
이런 증상은 흔히 '쥐가 났다'고 말하는 범주에 포함된다. 축구 선수들이 갑자기 쥐가 났을 때 다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것과 비슷하다. 근육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하거나,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을 갑자기 움직였을 때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씨처럼 한밤중 잠을 자다가 갑자기 쥐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야간 다리 경련'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경련은 종아리뿐만 아니라 허벅지나 발에서도 발생한다.
이 질환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격한 운동으로 근육에 무리가 갔거나 수분 부족으로 전해질이 결핍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게 원인일 수도 있다.
이밖에 베타차단제·베타수용체자극제·콜린작용제·칼슘채널차단제·이뇨제·지질강하제 등 약물이나 당뇨병·신장질환·간질환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때로는 과도한 음주와 카페인 섭취가 수분 손실을 촉진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며, 임신 중에는 마그네슘 결핍으로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야간 다리 경련은 중년 이후 노인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50대의 40%, 60세 이상의 60%가량이 이런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야간 다리 경련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해서 나타난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정맥류는 대표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심장까지 혈액을 수송하는 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해 발생한다. 다리에 푸른 핏줄이 보이거나 혈관이 포도송이처럼 꼬이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대표적이지만, 수면 중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레다스흉부외과(원장 김병준) 연구팀이 하지정맥류 환자 759명을 대상으로 혈관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야간 다리 경련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하지정맥류 위험이 2.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질환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지만, 이는 다른 질환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 중이거나 휴식 중일 때 다리가 움직일 것 같은 충동이 들거나 불편한 느낌이 드는 질환으로, 대부분은 경련을 동반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자는 도중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난다면, 고통에 당황하지 말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라고 조언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야간 다리 경련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증상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을 숙지하는 게 좋다"면서 "경련이 난 다리를 가볍게 당겨 올려준 후 발가락을 손으로 잡고 위로 당긴 상태에서 다리를 쭉 펴고 발등을 무릎 쪽으로 당겨 구부리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예방법으로는 평소 종아리와 허벅지 등을 자주 스트레칭하고 마사지해 주는 게 좋다. 또 규칙적인 운동과 수분 섭취, 잠자기 전 샤워 등도 경련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그네슘 섭취는 예방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다. 이스라엘의 유지 밀맨(Uzi Milman) 박사팀 연구에서는 마그네슘 섭취가 야간 다리 경련 증상 완화에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평소 건강을 위해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경련이 마그네슘 부족만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약이나 영양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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