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기 의심"…英, '미래관계 선언'도 수정 요구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전략에 대한 EU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EU 관리들은 존슨 총리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진심으로 피하기를 원하는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EU와 영국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0월 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실무적 차원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문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폐기와 재협상을 요구하며 대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하자 EU는 재협상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
영국이 합의안과 양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백스톱'은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 보더'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EU 관리들은 최근 계속된 실무 협상에서 영국 측이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존슨 정부가 진실로 타협점을 찾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까지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는 양측의 논의를 '겉치레'이자 '시간 낭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EU 외교관은 협상과 관련, 로이터에 "분위기는 어둡다. 우리는 '노딜 브렉시트'를 기본값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U에서는 안전장치 문제와 더불어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협의 과정에서 영국은 앞서 브렉시트 합의문과 함께 체결된 EU와 영국의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유지하겠다는 대목을 삭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약속한다는 것은 경쟁, 환경 보호, 조세,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EU의 기준에 동의하겠다는 것으로, 양측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유럽의회와 EU 정상회의의 동의가 필요한 무역협정 비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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