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좌절감'…"유엔총회 때 北 압박 새로운 조치 저울질"

입력 2019-09-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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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좌절감'…"유엔총회 때 北 압박 새로운 조치 저울질"
WP보도 "트럼프 참모들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좌절감…트럼프 점점 고립"
당국자들 지난주 의회 보고 "北에 계속 손 내밀고 있지만 회신받지 못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미 정상이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이 아직 재개되지 못한 채 교착이 이어지면서 미 조야에서 회의론이 고조되는 흐름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좌절감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미국은 이달 말 유엔총회에서 공개적 대북 압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척 슈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전날 '트럼프식 대북 외교'를 공개 비판하는 서한을 발송하는가 하면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북한의 '금천리' 미사일 운용기지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 등 미 조야의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다.
WP는 이날 '트럼프가 대북 협상을 성공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어떠한 진전의 징후도 찾기 어렵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 평양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시도가 여전히 관철되지 않음에 따라 "김(정은)이 입지를 강화해온 사이, 시간은 점점 얼마 남지 않게 됐다는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는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 기간 김정은 정권을 공개적으로 압박할 새로운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WP가 내부 논의 상황을 알고 있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교관들과 '관여'를 하기 위한 국무부의 시도가 그간 난항을 겪어왔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그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간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북한 측이 리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무산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WP는 미 당국이 유엔총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북 압박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지는 부연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북한을 향해 계속 협상 테이블에 응하지 않은 채 대미 압박에 나설 경우 미국도 무한정 '전략적 인내'를 유지할 수만은 없다는 우회적 압박성 메시지를 사전에 발신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9월 유엔 총회 당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거론하며 초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또한 2016년 유엔 총회 당시에는 40여 개국 대표들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며, 2014년에는 유엔총회 기간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장관급 회의가 열린 바 있다.
행정부 내 이러한 기류는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낙관론을 견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실제 미 당국자들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래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김 위원장의 '부하들'로부터 만남 제안을 거절당해 왔다고 관련 보고를 받은 인사들을 인용해 WP가 전했다.
이와 함께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주 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에서 미 당국자들이 평양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지만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해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WP가 보도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대북 정책과 관련,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행정부 내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말했다.
차 석좌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했다는 김 위원장의 지난달 친서 내용을 거론, 대통령의 참모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많은 좌절감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논평을 거절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싱크탱크 우드로윌슨 센터의 진 H. 리 전 AP통신 평양 지국장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해온 김 위원장이 보다 도발적인 무언가를 함으로써 '판돈'을 키울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모라토리엄 및 강경한 대북 제재 유지를 내세워 대북 외교가 성공했다는 프레임을 지속해서 강조해왔지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대미 관여'의 시간을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가속하는데 써왔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연구원은 WP에 "북한의 탄도 위협은 중대하다"며 "그것(위협)은 증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동맹인 일본과 한국을 위해서도 (북한의 탄도 위협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은 "북한의 무기 능력 개발 성공은 김정은에게 협상 지렛대 등을 키워줄 것"이라며 "대화를 나눠본 한미 양측의 모든 인사는 모두 이것이 또 하나의 위기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현 교착상태가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기용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주목하며 비건 특별대표가 실제 국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면 아마도 협상에 계속 관여를 하게 되더라도 일상적 협상을 이끌 대행을 별도로 임명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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