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짐바브웨 해방 기여 불구 인권 탄압·경제 실정"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95세를 일기로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은 국민의 열망을 배반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6일(현지시간) 논평했다.
국무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그가 37년 동안 저지른 철권통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로버트 무가베는 짐바브웨 해방에 기여했으나 그의 인권 탄압과 경제 실정은 수백만 명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짐바브웨 국민의 희망을 배반했다"고 혹평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은 더 나은, 더 번영하는 미래를 위한 짐바브웨 국민의 열망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전 퇴진하기 전까지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였던 무가베 전 대통령은
치료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머물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가베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옛 로디지아의 백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짐바브웨 건국에 앞장선 독립투사 출신으로, 국민의 칭송을 받다가 독재자로 추락하는 '극과 극'의 삶을 살았다.
1980년부터 장기 독재를 해 온 그는 41살 연하의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 등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집권 초기 그는 인종화합 정책을 선언하고 인구 다수를 점하는 흑인을 위한 교육과 보건 부문 개혁을 펼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자로 변모해 반대 인사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잘사는 나라였던 짐바브웨를 파탄에 빠뜨렸다.
이에 따라 초기에 그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미국은 무가베와 그의 가족, 측근을 상대로 자산 동결 등 혹독한 제재를 부과했고, 무가베는 이에 새로운 식민주의라고 반발하며 양측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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