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자산과 앞날이 위험 처할 수 있어, 싱가포르 거주가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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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축출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사망함에 따라 그의 생전에 권력 남용과 사치를 일삼은 아내 그레이스(54)의 신변과 앞날에 이목이 쏠린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레이스는 1980년대 후반 무가베 대통령의 개인비서로 일하다 그와 불륜관계로 지냈고, 1996년 자신보다 마흔살 넘게 많은 대통령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구찌 그레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외국 사치품 쇼핑을 즐겼다.
2007년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는 "그레이스의 주된 관심은 쇼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결혼 기념 선물로 주문한 135만 달러(당시 기준 약 15억원) 상당 100캐럿 다이아몬드가 전달되지 않았다며 다이아몬드 판매상을 고소한 일화는 유명하다.
무가베 대통령이 고령으로 기력이 약해질수록 그레이스의 권력욕은 강해졌다.
2012년 무가베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된 조이스 무주루를 축출한 후 집권당 여성연맹 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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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탐욕은 무가베를 급속한 몰락으로 이끌었다.
무가베 부부는 2017년 에머슨 음낭가과 부통령을 전격 해임하고 '부부 세습'을 시도하다 쿠데타를 자초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축출돼 사임했고, 음낭가과 부통령이 귀환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비록 불명예스럽게 퇴진했으나 무가베는 짐바브웨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 등이 고려돼 음낭가과 대통령 정부에 의해 면책 특권을 보장받았고 '위로금'까지 챙겼다.
무가베는 생전에 장기 집권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그레이스 자신도 여러 이권에 개입해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가베가 6일 싱가포르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함에 따라 그레이스는 보호막을 잃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무가베는 애도 기간이 끝난 후 짐바브웨 고위 유공자 묘역인 '영웅 묘지'에 안장된다.
장례 절차가 끝나면 곧이어 그레이스의 신변과 자산 등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짐바브웨 당국은 그레이스가 무가베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환수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짐바브웨 국민들이 독립운동가이자 독재자였던 무가베의 죽음에 대해선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레이스는 남편의 복잡한 유산을 공유하지 않았다. 남편이 숨졌기 때문에 그녀의 자산과 앞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NN은 "무가베가 떠난 지금, 그녀는 당연히 재산의 원천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그레이스에게 최선의 대책은 무가베가 최후를 보낸 싱가포르에 머물며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진단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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