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고 화장법도 바꿨다"…美서 K뷰티 열기 뜨거워져

입력 2019-09-10 06:03  

"BTS 보고 화장법도 바꿨다"…美서 K뷰티 열기 뜨거워져
서양인도 촉촉한 '물광 피부' 열중…"보습·노화방지에 韓화장품 으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에서 'K뷰티'가 심상치 않은 위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뷰티 산업 무대에 등장한 지 불과 수년 만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Sephora)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연 연례 뷰티 박람회 '세포리아'에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미국인이 자신들에게 생소한 한국의 화장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K팝의 인기, 한국 화장품의 우수한 품질, 한국식 피부관리로의 관심 이동 등을 이유로 꼽았다.


K팝이 K뷰티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BTS) 효과'라는 지적이다.
BTS가 세계 무대에 우뚝 선 2017년을 기점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BTS 멤버들의 맑고 투명한 피부를 접한 10~20대 팬들이 호기심에 한국 화장품 매장을 찾았고, 이들이 K뷰티의 소비층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스 LA점 설화수 매장의 총괄 매니저인 클라우디아 로니그로 씨는 8일 "5~6년 전만 해도 K뷰티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면서 "BTS를 보고 'K뷰티가 무엇이냐'고 손님들이 찾아온다. K팝과의 관련성을 어떻게 부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한 다른 요소로 한국 화장품의 탄탄한 제품력이 꼽힌다.
특히 인삼, 녹차, 쑥 등 한국 전통의 천연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건강한 화장품'으로 각인되고 있다.
K팝 팬인 10∼20대 자녀들이 먼저 기능성 화장품의 효과를 보고, 뒤따라 부모 세대가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세포라 LA 센추리시티 점의 스킨케어 책임 매니저 이베트 루이스는 "보습과 노화 방지에서는 한국 제품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대나무와 녹차, 버섯 등 천연 성분에 대해 설명하면 고객들이 잘 모르다가 제품 효과를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K뷰티가 미국인들의 메이크업을 바꾸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대체로 미국 등 서양인들은 광택 없이 '보송한' 느낌을 주는 피부 표현을 선호하고, 이를 위해 파운데이션 등을 얼굴에 덧바르는 화장법에 익숙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광이 나면서도 촉촉한 느낌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피부 톤이나 결을 살리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미국 등 서양에서 색조 화장이, 한국에서 스킨케어가 발달한 이유다.
하지만 K팝을 통해 이른바 '윤광', '물광' 피부의 매력을 접한 미국 소비자들이 두꺼운 화장으로 결점을 가리기보다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식 화장법으로 전환이 시작됐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특히 '셀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은 한국식 화장법에 더욱 환호했고,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유튜브에선 'K뷰티룩'이 인기 검색어가 됐다.
폴 코너스 아모레퍼시픽 미국 법인 프리미엄 브랜드 부문장은 "피부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미국인들이 K뷰티로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면서 "스킨, 로션만 바르다 토너, 에센스, 세럼, 크림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 부상에 브랜드 시세이도 등을 내세워 한때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던 일본의 J뷰티는 퇴조하고 있다.
피부를 희게 만드는 미백에 집중하는 J뷰티가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최근 뷰티 트렌드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일반적이다.
일부에서는 동일본 지진 후 일본 화장품에 화학물질이 섞였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 화장품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도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 하면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화장법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연스러움과 깨끗한 아름다움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J뷰티가 K뷰티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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