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장례 놓고 짐바브웨 정부·유족 대립

입력 2019-09-09 10:30   수정 2019-09-09 10:36

무가베 장례 놓고 짐바브웨 정부·유족 대립
음낭가과 정부 "국장 후 국립묘지 안장"…유족 "고향에 묻혀야"
"유족, 무가베 축출한 정부에 이용되는 것 거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장례를 놓고 그의 축출 후 들어선 정부와 유족이 대립하고 있다.
앞서 6일(현지시간) 밤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노환으로 숨진 무가베 대통령을 '국가 영웅'으로 선포하고 애도 기간을 거쳐 국장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8일 수도 하라레 주재 각국 대사관에 보낸 공문에서 오는 14일 국립스포츠경기장에서 장례식을 엄수하고, 15일 무가베를 안장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대통령 대변인 조지 차람바는 "무가베 전 대통령을 15일에 '국가 영웅 묘역'에 안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dpa통신에 말했다.
거대한 동상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국가 영웅 묘역은 북한 건축가들이 설계와 조성에 참여한 유공자 묘지다.
그러나 무가베의 아내 그레이스를 비롯한 유족과 측근은 정부의 장례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생전 무가베가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 즈빔바에 묻히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즈빔바는 하라레에서 85㎞가량 떨어진 곳이다.


유족은, 무가베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과 장례로 음낭가과 대통령 정부가 정치적 이득을 보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하며 영웅 묘역 안장에 반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7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무가베의 유족 일원은 유가족이 정부의 국장 계획까지는 수용했지만 장지만큼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장지에 관해서는 합의가 안 됐다"면서 "그래서 정부 국장 계획 발표에서도 그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차람바 대변인은 정부와 유족이 장례 절차를 놓고 대립한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잠정적' 계획은 영웅 묘역에 안장하는 것이라고 취재진에 설명했다.
무가베가 영웅 묘역이 아니라 고향에 묻힌다면 음낭가과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무가베는 장기간 폭정을 휘두르며 경제정책 실패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지만 집권 전 1960년대에는 독립투사로서 옥고를 치르며 식민지배 종식을 이끈 국민적 영웅이었다.
다수 짐바브웨 국민이 독립투사로서 그의 공로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한다.
영웅 묘역 거부는 무가베와 그의 세력이 음낭가과 대통령 정부에 반대한다는 공개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영국 매체 '메일'은 무가베의 시신이 11일 싱가포르에서 짐바브웨로 운구될 것이며 유족과 즈빔바의 부족 지도자들이 그를 맞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한 무가베는 2017년 아내 그레이스와 '부부 승계'를 도모하다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는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6일 숨졌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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