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탠퍼드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경구용 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미생물군에 나쁜 영향을 미쳐,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면역 반응을 교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 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의 재정을 지원을 받아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수행했다. 관련 보고서는 과학 저널 '셀(Cell)'에 최근 실렸다.
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건강한 성인 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2014~2015 인플루엔자 시즌에 맞춘 첫 번째 그룹에는 지원자 22명이, 2015~2016 시즌에 맞춘 두 번째 그룹에는 지원자 11명이 배치됐다.
첫 번째 그룹은 해당 시즌의 인플루엔자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종(strains)에 대해 강한 사전(pre-existing) 면역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두 번째 그룹은 해당 시즌 백신의 바이러스 종에 대한 면역력이 약했다.
하지만 모든 피험자는 해당 시즌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 아울러 각 그룹 피험자의 절반은 백신 접종 전 5일간 네오마이신, 반코마이신 등으로 광범위한 효능의 항생 요법을 받았다.
그런 다음 백신 접종 후 최장 1년간 피험자의 대변과 혈장 샘플을 여러 차례 채취해 분석하면서, 장 미생물군의 다양성과 양, 백신 면역 반응 등을 추적 관찰했다.
예상대로 항생제 치료를 받은 피험자는 대부분 장내 박테리아 수위가 떨어졌다.
특히 2015~2016 그룹에서 사전 면역력이 약한 피험자들은, 해당 시즌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3종 가운데 1종(H1N1 A)에 대한 면역 반응이 항생 요법의 영향으로 저해됐다.
이런 피험자는 백신을 맞은 뒤 H1N1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항생 요법을 받지 않은 피험자보다 면역 저항력이 떨어지리라는 걸 시사한다. 이런 결과는 앞서 이뤄진 생쥐 실험 결과와도 일치했다.
항생 요법을 받은 피험자는 또한 '전(前) 염증 상태( pro-inflammatory state)'를 유발하는 면역체계에도 이상이 생겼다.
'전 염증 상태'는, 장내 미생물군이 담즙산 대사를 제어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장내 미생물군이 작아지면 담즙산 대사 제어 경로가 교란된다.
연구팀은 이 경로에 대한 향후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나이가 들면 인플루엔자 백신 반응이 달라지고, 전반적으로 면역체계도 약해지는 원인을 규명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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