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가겠다'는 日 고이즈미 의원에 쓴소리도

입력 2019-09-10 11:00   수정 2019-09-10 11:05

'육아휴직 가겠다'는 日 고이즈미 의원에 쓴소리도
야당 의원 "국민이 먼저…휴직수당 100% 실현 제도 개선 노력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대표적 '금수저' 정치인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8) 자민당 중의원 의원이 첫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한 발언이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고이즈미 의원은 2001~2006년 3차례나 총리를 지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를 후계자로 키웠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다.
미혼인 그는 지난달 7일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다키가와 크리스텔(42) 아나운서와의 결혼 계획을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임신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후 고이즈미 의원은 내년 초 첫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지 언젠가 총리까지 오를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을 정도로 일본에선 촉망받는 정치인인 고이즈미 의원이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거론한 배경에는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육아휴가를 쓰는 일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민주당 소속 중의원인 이즈미 겐타(泉健太·45) 정조회장은 9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의원의 육아휴직 발언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즈미 의원은 고이즈미 의원이 육아휴직을 얻게 되면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국민이 먼저"라고 일갈했다.
정치인으로서 일반 국민들이 육아휴가를 얻기 쉬운 환경을 정비하는 데 우선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즈미 회장은 "현행 육아 휴직제도로는 월급이 줄어 육아휴가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국회의원은 월급을 전액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을 쥔 사람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며 "(고이즈미 의원에게) 굳이 한마디 한다면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자민당과 경단련을 향해 '모든 노동자에게 육아휴직 수당을 100% 주지 않으면 육아휴가를 쓰지 않겠다'는 정도의 말을 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11일 예정된 개각에서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을 맡고 있는 고이즈미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육아휴직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일본 '패전'(종전) 기념일인 지난달 15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노골화한 고이즈미 의원은 2009년 8월 총선부터 4차례나 재선에 성공해 일반적으로 입각이 가능한 당선 횟수(중의원 기준 5회)에 근접했다.
그러나 정치전문 매체인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매주 2차례 각의(국무회의)에 출석해야 하는 각료가 육아휴직을 하면 원칙적으로 대행을 임명해야 한다"며 "대행 임명을 전제로 입각할 경우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입각이 좌절된 의원들이 심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며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고이즈미 의원이 비교적 휴직하기가 쉬운 자민당 임원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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