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최근 조사통계 월보에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GDP 갭)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말로는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이 함께 떨어지고 있지만, 실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떨어져 가는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혁신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연구 결과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생산요소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2001∼2005년에 5.0∼5.2%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2016∼2020년에는 2.7∼2.8%로 추락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한 나라의 노동이나 자본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노동 생산성이나 자본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잠재성장률 둔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초저출산·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잠재성장률의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노동과 자본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되고 활용되면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과 실제 경제성장률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한은의 분석이 맞는다면 노동과 자본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잠재성장률 전망치보다 0.3∼0.4% 포인트 낮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이미 1.8%, 1.9%로 낮췄다. 국내 민간연구소 가운데도 1.9%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곳이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아 온 한은의 기조까지 생각하면 GDP 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은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출과 소비,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은 예측불허다. 가계소득 양극화는 좀처럼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은 데다 올해 들어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65년 통계작성 시작 이후 가장 낮았고, 8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럴 때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면 구조혁신밖에 없다. 과감한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성을 줄이고 자본의 흐름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 수요자의 시각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국민이 함께 감당해야 한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말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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