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개국 추적해 지수화…트럼프 관세폭격 이후 폭증 개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의 보호주의 때문에 한 해 동안 무역 불확실성이 10배나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학자들은 세계 전체의 무역 불확실성을 추적하는 지수를 개발했다며 이 같은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9일(현지시간) IMF 블로그에 발표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대략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1년 동안 종전 고점보다 10배나 뛰어올랐다고 지적했다.
지수가 높으면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심각하다는 뜻이고 낮으면 그 반대다.
보고서는 지수를 보면 2018년 3분기를 시작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지수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중단하기로 한 2018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낮아졌다가 미국이 추가 관세 계획을 재추진하면서 치솟는 등 미국 정책에 따라 요동쳤다.
보고서는 불확실성 지수 상승이 국내총생산(GDP) 감소의 전조가 된다는 점도 파악했다며 올해 1분기에 관측된 불확실성 탓에 올해 글로벌 GDP가 최대 0.7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은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의 주요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 일본, 유럽 선진국, 미국이나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에서 불확실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륙과 같은 지리적 위치나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라 불확실성의 크기가 현저하게 달라지기도 했다.
불확실성은 서반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럽에서 높고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낮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높은 수위를 보였지만 저소득 국가들에서는 오르기는 했어도 평균적으로 낮은 수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IMF는 세계 경제의 상태를 기술하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 최신판에서 불확실성 증가를 글로벌 경기둔화의 중대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마찰이 가장 심한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 불확실성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이번에 새로 개발한 지수를 통해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IMF 연구원인 하이츠 아히어, 데이비드 퍼세리,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인 니컬러스 블룸은 143개국을 대상으로 1996년부터 불확실성을 측정했다.
종전에도 불확실성 지수가 있기는 했으나 미국의 경제정책만을 다루거나 44개국만을 다뤄 세계 전체를 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지수는 언론 보도에서 보호무역, 북미자유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 관세처럼 무역과 관련한 단어 근처에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횟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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