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간담회…"아시아나 매각서 SI들 조만간 모습 드러낼 것"
"한국GM 노조 파업 대단히 유감…매년 8천억 적자에 억대연봉 받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10일 기업금융 분야의 주요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적인 지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며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과 수은의 합병(구상)은 정부와 전혀 협의된 게 아닌 사견"이라며 "(산은) 내부에서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두 기관을 합치면 백오피스(지원) 인력이 줄고, (가용) 예산이 늘어 IT 설비를 강화할 수 있고, 남는 인력을 영업 현장에 보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담조로 "원래 수은 부지가 우리 땅이었다고 한다.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산은과 수은은 여의도공원 옆 부지를 나란히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산은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몇몇 지역구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선 "쓸데없는 논의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산은의 지방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산은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실적 악화 등으로 매각 흥행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구조조정은 어떤 한 시점을 놓고 보는 게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 산업과 기업이 어떤지를 보고 M&A(인수·합병)가 성사되고 대출과 자금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애경그룹,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외에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모펀드 KCGI와 스톤브릿지캐피탈에 대해선 "FI(재무적투자자) 단독으로는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두 FI가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았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일정 한도 내에서 비밀유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맞선을 보려면 언젠가는 나타나야 하지 않겠나. 조만간 (SI 실체를) 발표하고 투명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것도 금호산업[002990]을 중심으로 한 매각 주체에 맡기도록 하겠다"며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좋은 기업이 아시아나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더 튼튼한, 좋은 기업이 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이 회장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다. 평균연봉 1억원 넘는 분들이 십몇% 올려 달라고 파업하는 건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연간 8천억원씩 5년간 4조원 적자를 낸 기업인데, 1천650억원 (임금에 대한) 인상을 해달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심지어 현대기아차도 파업 없이 노사 협의를 끝냈는데 한국GM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굉장히 착잡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 일본 경쟁당국이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일본이 합리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국 경제는 최근 어려운 게 아니라 10여년째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정부에서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문제를 촉발했고, 그 문제가 아직 어려움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말씀하신 걸 보고 대경실색한 적이 있다"며 "경제가 살아야 부동산이 살지, 어떻게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사나"라고 반문한 뒤 "그 이후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고,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게 통제되지 않아 이 정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산업에서 국산화가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한국경제의 취약점을 극적으로 부각한 사건"이라며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중장기 차원에서의 지원도 정부 정책에 맞춰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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