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보좌관인 헤사메딘 아셰나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압박 전략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아셰나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볼턴이 소외되고 배제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란의 건설적 저항에 직면한 최대 압박 전략 실패의 결정적 징후"라고 말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볼턴은 이란이 3개월밖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수개월전에 장담했다. 우리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그는 사라졌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전쟁과 경제적 테러리즘의 최대 적수가 축출된 만큼 백악관은 이란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더 적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볼턴 경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낼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 내정에 관해 어떠한 성명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이란 외무부는 밝혔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는 지난 4일 미국이 이란에 대해 더 강화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대 압박 전략을 지키겠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볼턴의 경질을 계기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온건 노선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이슈 등과 관련해 거듭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중에서도 이란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가장 두드러졌다면서, 볼턴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완전히 폐기하고 이란에 최대 압박을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 전략을 지지하면서도 최근 들어선 외교적 해결 방법을 모색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과 9일에는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란은 제재 해제가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볼턴 경질을 계기로 미-이란 정상회담 성사될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망했다.
이란은 미국이 지난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서명 당사자인 유럽 측마저 이란과 교역을 사실상 중단하자 5월 8일부터 9월 6일까지 60일 간격으로 3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을 축소했다.
가장 최근 개시한 3단계 조처는 우라늄 농축에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가동 시한을 연구개발용으로 엄격히 제안한 핵합의의 조항을 어기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런 이란을 겨냥해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는 한편 국제사회에도 이란과 거래를 끊으라고 촉구하는 등 강경일변도의 압박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란은 유럽에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핵합의를 다시 모두 지키겠다고 했지만, 유럽 측은 아직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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