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CIA 정보원으로 활동하다 신변노출 위험으로 2년 전 대피시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에서 활동하던 러시아인 스파이를 2년 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언론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미국 측에 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크렘린궁 대통령 행정실에서 일하며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으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인 올렉 스몰렌코프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인터폴에 조회했다고 전했다.
자하로바는 "2년 전 스몰렌코프가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사라졌는데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나 미국 언론이 그가 미국에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적합한 절차에 따라 이 보도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 인터폴에 러시아인의 실종 사실과 미국 내 체류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자하로바는 이어 미국 언론이 보도하는 '스파이 스캔들'은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미 CNN 방송은 앞서 9일 미 CIA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러시아 정부 고위 당국자가 2017년 모스크바서 미국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너 서클'(핵심 측근 그룹)에 들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의사결정과 관련된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인물이 수십년간 미국을 위해 일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정보도 그를 통해 CIA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가 공개되는 바람에 이 정보원의 신변이 위험해져 그를 대피시킨 것이라고 미 언론은 소개했다
일간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은 미국 언론이 전한 러시아인 CIA 정보원은 '올렉 스몰렌코프'라는 인물로, 그가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 아래서 일했다고 보도했다.
스몰렌코프는 2년 전 가족과 함께 남유럽 몬테네그로로 휴가를 떠났다가 실종됐었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미국 정보원으로 알려진 스몰렌코프가 몇 년 전 크렘린궁 대통령 행정실에서 일했었다고 확인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해부터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스태퍼드(stafford) 구역에 거주해온 스몰렌코프와 그의 가족이 CNN 등의 보도가 나온 뒤 서둘러 거주지를 떠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몰렌코프는 지난해 6월 버지니아주 스태퍼드 구역에 760 제곱미터(약 230 평) 면적의 저택을 92만5천달러(약 11억원)에 구매해 아내, 세 자녀와 함께 살아왔다.
침실과 욕실이 각각 6개씩 갖추어진 고급 저택으로 이웃에는 연방수사국(FBI) 전·현직 요원들과 군인들이 살고 있으며 보안기관이 경비를 서는 구역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몰렌코프는 자신의 이력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9일 저녁 서둘러 이 저택을 떠났다고 언론은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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