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불교단체 "파기해야"…미술품 수집가 "판매해 수익금 기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종교모독 논란을 불러온 '울트라맨 부처' 그림이 경찰 수사 사태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한 강경 불교단체는 일본 유명 만화 캐릭터인 울트라맨의 몸에 부처의 얼굴을 한 캐릭터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 4점을 그린 여대생 등을 종교 모독 혐의로 전날 경찰에 고발했다.
태국 북동부 나콘랏차시마 주(州)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 그린 이 그림들은 지난주 한 쇼핑몰에 전시됐다가 논란을 야기했다.
결국 이 대학생은 "인류를 악으로부터 보호해 평화를 유지하는 울트라맨과 같은 영웅으로 부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주지사가 보는 가운데 주 최고 승려에게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일부 여권 인사들이 종교 모독이라고 비판하고, 예술가와 일부 승려가 이에 맞서 "그림의 의도를 봐야 한다"며 옹호하는 등 논란이 확산했다.
이런 가운데 강경 불교단체인 '불교도의 힘'이 부처를 액션 캐릭터에 비유한 것은 무례한 행위라며 그림을 그린 대학생과 전시회 관계자 4명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종교 모욕을 금지하는 태국에서 이를 어길 경우 최장 징역 7년 형에 처할 수 있다.
이 단체 대표인 차룬 완나까시나논은 통신에 "이 그림들은 불교도들 명예를 더럽히고 기분을 상하게 했으며 국가의 보물을 손상했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단체는 또 해당 그림들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미술품 수집가는 해당 그림 4점 중 한 점이 벌써 60만 바트(한화 약 2천340만원)에 팔렸다고 주장했다.
빠꼰 뽄치와라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밝히고, 수익금 중 10만 바트(약 390만원) 는 그림을 그린 대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나머지 수익금은 나콘 랏차시마주의 한 병원에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꼰은 그림을 그린 대학생으로부터 이 그림들을 개당 4천500바트(17만5천원)에 주고 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림을 파기해야 한다는 강경 불교단체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수익금을 지역 병원에 기부하는 것이 부처를 영웅으로 묘사하고 싶었다는 학생의 뜻을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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