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노래'로 일반상대성이론을 입증하다

입력 2019-09-16 15:17  

'블랙홀의 노래'로 일반상대성이론을 입증하다
중력파에 블랙홀 질량·회전율 정보 포함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종(鐘)을 치면 쇠의 진동으로 한동안 소리가 울려 퍼진다. 블랙홀이 충돌해 만들어지는 초대형 블랙홀도 타종된 종처럼 진동하며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중력파를 만들어 낸다. 음파 대신 만들어지는 이 중력파에는 개별 음표가 모인 화음처럼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편 주장인데,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측을 통해 옳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카블리 천체물리학 우주연구소의 막시밀리아노 이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력파에서 '상음(上音)'을 추출해 블랙홀이 가진 질량과 회전율을 산출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물리학리뷰 회보(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었다.
블랙홀이 서로 충돌해 대형 블랙홀을 만들 때 중력파를 방출한다는 것은 지난 2015년 9월 14일 13억 광년 떨어진 'GW 150914'에서 방출한 중력파를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에서 직접 측정함으로써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화음을 구성하는 음표라고 할 수 있는 중력파의 주파수를 포착하는 것은 난제였다. 블랙홀 충돌 초기에는 주변의 잡음에 묻혀 해독이 불가능하고 주변이 안정된 뒤에는 신호가 너무 약해 현재 관측 기술로는 판독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그러나 논문 공동저자인 캘텍의 매튜 기슬러 박사가 앞서 이끈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블랙홀이 충돌한 직후 신호가 가장 강할 때 갑자기 커졌다가 사라지는 파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블랙홀 특유의 주파수 패턴을 추출해 냈다.
연구팀은 이 분석 기술을 실제 중력파를 방출한 GW 150914 관측 자료에도 적용해 새로 형성된 초대형 블랙홀이 만든 두 개의 독특한 '음조'를 걸러냈다.
연구팀이 이 음조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이용해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율을 산출한 결과, 이전에 다른 연구팀이 측정한 것과 일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아인슈타인이 100여년 전 1915년에 제기한 일반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점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또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제기됐던 '무모(無毛·no-hair) 정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도 평가됐다. 무모 정리는 블랙홀이 질량과 회전, 전하 등을 통해서만 특징 지어지며 그밖에 블랙홀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hair)은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시 박사는 "우리가 모두 일반 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예상하지만 이번 연구와 같은 방식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무모 정리를 직접 시험하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실험적 측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스토니브룩 대학의 윌 파 부교수는 "중력파 '음조'가 너무 희미해 감지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우리는 해냈다"면서 "1800년대 말에 원자 스펙트럼 측정이 항성 천체물리학의 시대를 열어놓은 것처럼 이번 연구 결과는 블랙홀 스펙트럼의 시대를 열고 블랙홀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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