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 국방 리에베르만, 총리 '킹메이커' 되나

입력 2019-09-17 17:32  

이스라엘 전 국방 리에베르만, 총리 '킹메이커' 되나
대연정 지지 입장…지난 총선땐 유대교 병역 문제로 네타냐후 연정 거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이 접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61)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dpa,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차기 총리를 결정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 120명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방식의 총선으로 선출되며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
이번 이스라엘 총선은 박빙의 승부로 점쳐진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가 지난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리쿠드당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나란히 32석씩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쿠드당이 리에베르만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제외한 우파 정당들과 합치면 58∼59석을 확보하고 중도 및 좌파 정당들은 약 53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리쿠드당이나 청백당이 연정을 구성하려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해 과반(61석) 의석을 확보해야 하고 군소정당들이 어느 쪽으로 붙느냐가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리에베르만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8∼9석을 얻어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리에베르만은 이미 지난 4월 총선 직후 네타냐후 총리에 쓴맛을 안겼다.
당시 리에베르만은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의무를 주장하며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참여를 끝까지 거부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1석이 모자라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은 초정통파 신자가 유대학교(예시바)에 재학하는 경우 종교적 학문 추구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하지만 초정통파 신자들이 많아지면서 병역의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리에베르만은 이번에는 리쿠드당과 청백당을 아우르는 대연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리에베르만은 선거가 실시된 17일 "나는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포함된 정부에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간츠 대표는 리쿠드당과 연정을 꾸릴 수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리에베르만의 대연정 지지는 정치적 고민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에베르만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보다 간츠 대표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지난 8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청백당은 한 정당이 의석 확보에 필요한 득표에서 초과하는 표들을 다른 정당에 밀어주는 '잉여표 공유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유대인 민족주의를 강하게 내우는 극우 성향의 정당으로 중도정당과 이념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큰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리에베르만이 유대교 병역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와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리에베르만은 과거 네타냐후 총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옛 소련 몰도바 태생의 유대인인 리에베르만은 1993년부터 리쿠드당 사무국장으로 네타냐후와 일했고 1996년 네타냐후가 총리로 첫 임기를 시작할 때 총리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리쿠드당을 탈당한 뒤 1999년 러시아계 이주 유대인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창당했지만, 네타냐후의 우파 연정에서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을 역임했다.
작년 11월 중순 네타냐후 내각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했다고 비판한 뒤 국방장관직에서 사임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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