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표단이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은 그간 아프간 평화협상 당사자와 폭넓게 의견을 나눠왔다"며 "탈레반 측의 대표단이 이란 당국자들과 현안을 논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방송도 "카타르에 있는 탈레반 정치국 소속 인사들이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외교부 등 관리들을 만나 미국이 중단한다고 선언한 아프간 평화협상 등 최신 전개 상황을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이란을 찾기 전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중재했던 러시아를 방문했다.
성사 직전이었던 아프간 평화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협상 중단 선언에 무산되자 반미 진영을 잇달아 방문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란은 비록 수니파 테러조직 아프간 탈레반과 종종 무력충돌하면서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미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탈레반과 협상을 본격화하자 탈레반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부쩍 접촉면을 넓혔다.
이란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탓에 탈레반과 관계가 자국의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와 세력이 대등한 탈레반이 미국과 원만해지면 이란으로서는 꽤 껄끄러운 상대와 맞서야 한다.
동시에 이란은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도 미국이 철군해 생길 공백을 염두에 두고 탈레반과 대화 통로를 적극적으로 열었다.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촉발된 내전을 종식하고자 지난해 10월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9차례 집중적으로 협상했다.
이달 2일 양측은 아프간 주둔 미군 약 5천명을 135일 안에 철수하고 5개 군기지를 폐쇄하는 조건으로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데 아프간이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5일 아프간 카불에서 미군 1명 등 10명이 사망한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자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탈레반 지도부와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비밀 회담을 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내가 아는 한 그것(탈레반과 협상)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나오길(철수) 바란다"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나올 것"이라며 탈레반과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에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미군과 계속해서 싸우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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