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무기수출 금지조처' 연장 입장 시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병합 구상에 대해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이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는 '2국가 해법'에 위해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압둘라 2세도 "극도로 우려되고 '2국가 해법'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요르단,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존재하는 것으로, 독일 정부는 이를 꾸준히 지지해왔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아랍 국가 중 드물게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요르단 계곡 일대와 사해 북부 지역을 병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승리로 강제 점령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법적 인정 여부와 별개로 이스라엘은 정부가 인정한 곳과 인정하지 않은 곳으로 거주촌을 구분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팔레스타인인이 약 270여만명이 살고 있고,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 40여만명이 거주한다.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에서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이스라엘이 이곳을 병합한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건국을 막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무기판매 금지 조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금지 조처에 대한 입장을 바꿀 만한 전제조건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사우디의 정유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중동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된 데 대해 "정치적 해법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후 사우디에 무기판매 금지 조처를 했다.
독일은 지난 3월 한 차례 금지 조처를 연장해 이달 말 기한이 종료된다.
메르켈의 이날 발언은 독일 정부가 다시 기한 연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이 기한 연장에 찬성할 경우, 대연정의 소수파인 사회민주당도 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연장이 쉽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위르겐 하르트 외교정책 대변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당내에서 무기수출 금지 조처를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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