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도로 이라크·쿠웨이트 지나가…걸프해역 레이더망 피한 듯"
빗나간 미사일에서 회로판 수거…전문가 "예멘 반군의 개발 능력 의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의 주요 석유시설 2곳에 대한 공격이 이라크 국경 근처의 이란 내 기지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미 방송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목표물을 빗나간 미사일에서 온전한 회로판을 찾아내 포렌식 분석을 진행중이며, 이 미사일이 이란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쿠드스 1(Quds 1)'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CNN은 이날 미국과 사우디의 조사단 활동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이란이 자국 관련설을 부인하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직접 공격을 감행했거나 배후에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은 CNN에 이번 공격이 드론은 물론 저고도로 비행하는 크루즈 미사일을 포함하고 있으며, 궤적상 공격을 당한 사우디 아브카이크 단지의 북쪽에서 날아왔고 10발 이상의 발사체 공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 미사일이 아브카이크 남쪽에 있는 예멘을 포함해 남쪽으로부터 날아왔을 징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의 현 단계 평가에 따르면 미사일은 이라크 남부 상공을 지나 쿠웨이트 영공을 관통해 목표물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는 사우디가 공격받기 직전 드론이나 미사일을 봤다는 보고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 소식통은 CNN에 미사일이 미국과 사우디의 레이더 시스템을 빠져나가기 위해 정보 자산이 가장 집중적으로 배치된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상공으로 이동하는 것을 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또 사우디가 공격에 사용된 무기 중 하나에서 온전한 상태의 회로판을 찾아냈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했다. 이 무기는 목표물을 완전히 빗나가 사막에 떨어진 미사일 중 하나로, 회로판도 여기에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일부 무기들은 출처를 판단하기에 충분히 좋은 상태"라며 사우디와 미국이 이 기판의 출처와 가능한 비행 자료를 통해 이란을 추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CNN에 사막에 떨어진 잔해의 이미지에 근거할 때 적어도 몇 개의 미사일은 '쿠드스 1'로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무기 전시회 때 쿠드스 1을 공개했는데, 일부 무기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지난 6월 26명을 다치게 한 사우디 남부 아브하공항 터미널 공격 때 사용됐다고 믿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쿠드스 1이 이란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이란의 크루즈미사일인 수마르(Soumar)와 유사하다고 말하지만, 후티 반군이 이 무기를 스스로 개발할 만한 기술적 지식을 갖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N은 "쿠드스 1은 후티 반군의 지역인 예멘에서 1천300km가량 떨어진 사우디 아브카이크까지 타격할 만한 사거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사막의 미사일 잔해가 정말 쿠드스 1이라면 미사일이 예멘에서 발사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공격 현장에서 나온 미사일과 드론 부품에 대한 포렌식 분석이 진행되고 있으며, 사우디가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한 크루즈미사일 중 하나에서 깨끗한 회로판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관리들은 공격에 사용된 드론과 미사일이 이란의 기술과 부품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미국 정보 당국이 공격 감행 전 이란 남서부의 군사 기지에서 타격 준비와 유사한 비정상적 활동을 감지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란 남서부 지역에서 시작됐다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도의 복잡함과 정교함을 포함하고 있는 공격이라는 평가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방부가 누가 석유시설을 공격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를 48시간 이내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가 이후 시간과 발표의 성격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다른 당국자의 말도 함께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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