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국치를 잊지 말자" 경종 울려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1931년 9월 1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시작된 일제의 중국 침략전쟁, 만주사변.
18일 만주사변 발발 88주년을 맞아 선양 전역에서는 오전 9시 18분에 맞춰 '국치'(國恥)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 3분간 사이렌이 울렸다.
또 도심의 9개 '로'(路·동서로 난 도로)와 18개 '가'(街·남북으로 난 도로)에서는 차량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기념 활동에 동참했다.
선양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88년 전 일제가 선양의 남만주 철도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 군벌 장쉐량(張學良) 군대의 소행이라고 덮어씌우며 만주를 침략한 역사를 되새겼다.
같은 시각 만주사변을 기념하기 위해 철도 폭파 지점에 세워진 9·18 역사박물관 광장에서는 기념식이 열렸다.
항일전쟁 참전 노병과 유족, 각계 대표 등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기념식에서는 1931~1945년 14년간의 항일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14번 '경세의 종(警世鐘)'을 울렸다.
한 참전 노병 대표는 "우리는 편안한 처지에 있을 때도 위험을 경계해야 하고, 굴욕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단결해서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기념식을 생중계하면서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국치를 잊지 말자(銘記歷史 勿忘國恥)'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1931~1945년 항일전쟁에서 3천50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사망하고 4천2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중국의 절반이 일제에 짓밟혔다면서 당시 참상을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항일전쟁 역사를 소개하고 일제에 맞선 인물들의 영웅담을 조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주변에선 통행이 통제돼 일반 시민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구역에서 기념식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오성홍기를 흔들며 행사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고, 군복풍의 옷을 맞춰 입은 한 단체 회원들은 큰 소리로 중국 국가 등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은 통제가 풀린 후 박물관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며 만주사변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물관을 찾은 20대 펑 모 씨는 "모든 중국인에게 이날은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사태를 명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었던 2012년 당시 주 선양 일본 총영사관 주변에서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일본 총영사관 주변에서 시위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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