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 합병 문제 등 주목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난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 결과는 중동 정세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 공격, 미국과 이란의 대치 등으로 중동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스라엘 대외정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언론은 18일 총선 개표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동맹과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모두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도했다.
앞으로 대통령과 여러 정당의 협의 과정에서 차기 총리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총리 후보가 될 수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는 안보정책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유대 민족주의를 중시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강경한 대외정책을 펴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보수층 유권자들을 결집하려고 안보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중부 아바데에서 핵무기 개발 시설을 새로 만들었다가 이스라엘에 발각되자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다음 날인 10일에는 자신이 연임할 경우 요르단계곡을 시작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강조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곳에서 정착촌을 늘려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선을 사흘 앞둔 14일 "네타냐후 총리와 미국-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 진전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 통화를 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등으로 중동 정세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하면 팔레스타인 분쟁, 이란 문제 등 굵직한 중동 현안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공언한 대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합병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에서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해왔는데, 이스라엘이 이곳을 병합한다는 것은 결국 팔레스타인의 건국을 막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인 하난 아쉬라위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서안 합병 발언에 대해 "그(네타냐후)는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구상)을 파괴하고 평화의 모든 기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중동평화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미국이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에 실패하고 중도 성향의 간츠 청백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이스라엘의 강경책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츠 대표는 올해 2월 이스라엘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승인하고 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이 시행한 가자지구 철수는 좋은 방향이었다"며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철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간츠 대표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간츠 대표가 집권해도 이스라엘 대외정책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츠는 기본적으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입장이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국경 분쟁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으로 활동하던 2014년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휘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