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정회' 놓고 英 대법원서 이틀째 거친 공방
존슨 측 "정치적 결정…법원이 진입할 영역 아니다"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위해 결정한 '5주간 의회 정회' 조처를 둘러싸고 영국 대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 심리 중 존슨 총리는 "거짓말의 아버지"(father of lies)라는 거친 비난을 받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반대파를 대리한 아이단 오닐 변호인은 이날 열린 대법원 심리에서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불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오닐 변호인은 "이번 정회로 우리가 얻은 것은 거짓말의 아버지에 의해 멈춰 선 '의회 제도의 어머니'(mother of parliaments·영국 의회)"라며 "거짓말들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겠지만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법원은 거짓말들에 승리를 안겨주기보다는 더 좋은 심성의 천사들에게 귀를 기울여 이번 정회가 불법적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대법원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위해 단행한 의회 정회의 위법성을 둘러싸고 전날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상고심은 존슨 총리의 정회 결정과 관련한 다른 법원들의 어긋난 판결을 다루고 있다.
앞서 런던 고등법원(High Court)은 지난 6일 의회 정회가 순수한 정치적 행위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민사법원(Court of Session)에서 항고심을 담당하는 이너 하우스(Inner House)는 지난 11일 존슨 총리의 정회 결정을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너 하우스는 이번 정회가 의회의 철저한 심사를 방해하려는 부적절한 목적에 원인이 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의회 정회를 승인하도록 존슨 총리가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 심리에서는 양 진영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노딜 브렉시트 반대파 변호인들은 존슨 총리가 "수준 낮고, 정직하지 못하며, 더러운 술수"를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문제를 의회 대신 페이스북상으로 가져가면서 헌법을 조롱했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정부 측 제임스 이디 변호인은 존슨의 결정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것이라며 법원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 참여하는 11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인 커 경(卿)(Lord Kerr)은 존슨 총리가 의회 정회로 의원들의 자세한 심의를 위축 시켜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 조안나 체리 의원과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 영국 상·하원 의원 75명은 노딜 브렉시트를 위해 의회를 정회하는 것은 "불법이자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이 이를 승인했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의회 정회가 교육과 치안, 의료 등 국내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가로막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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