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대통령 모욕죄 등에 각계 단체 반대 시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의회가 이달 말 통과시키려는 형법 개정안을 두고 시민사회, 인권, 여성, 언론단체 등 각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혼전 성관계와 동거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사생활 침해 논란에 불을 붙였고, 대통령 모욕죄 등 조항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일 콤파스와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법을 그대로 차용한 현행 형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2014년부터 진행했다.
의회의 형법 개정 실무위원회는 최근 개정안을 완성해 정부와 합의를 마쳤고, 다음 주 본회의 통과를 계획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조항을 보면, 혼인을 통한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 시 가족이 고소하면 최대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
이는 일반적인 '간통죄' 처벌조항일 뿐만 아니라 동성애 커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아 서로 배우자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정안은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혼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인도네시아 NGO 단체인 형사정의개혁연구소는 "수백만 명이 형법 개정안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청소년 중 40%가 혼전 성관계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형법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간통죄로 처벌했지만, 보수 성향 무슬림 단체들은 혼전 성관계까지 전면 불법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개정안은 또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을 마을 촌장이나 가족이 고발·고소하면 징역 6개월 또는 최고 1천만 루피아(85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 역시 동성애자들을 사실상 형사처벌 하는 규정이 될 수 있다.
낙태한 여성에게 최대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 형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행위도 관습법에 따라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 조항도 논란 대상이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모욕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 역시 비판받고 있다.
각종 NGO 단체 활동가 등 100여명은 지난 16일 의회 앞에서 시위를 열고 "형법 개정안은 수많은 사람을 투옥할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법률연구가인 비비트리 수산티는 "대통령 모욕죄를 형법 개정안에 포함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측면에서 1990년대로 퇴행하는 셈"이라며 "비슷한 조항이 이미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폐지됐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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