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먼지가 햇볕 차단…완만히 진행돼 생물 다양성 기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는 약 4억6천600만년 전에 극지방의 바다가 얼어붙고 전체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빙하기를 겪었다. 이는 바닷물이 얼면서 낮아진 해수면의 흔적이 암석에 남아있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때는 빙하기라고 해서 순식간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던 것은 아니고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지구의 열기를 식혀 오히려 다양한 생물 종이 출현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를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는데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큰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긴 우주 먼지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과 외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룬드대학의 핵물리학자 비르거 슈미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대 암석에 들어있는 지구 밖 물질인 '운석 화석(fossil meteorites)'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이 운석 화석은 1952년 스웨덴의 석회암 채석장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정체를 몰라 30년 가까이 방치되다가 지구밖에서 온 운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체계적인 발굴을 통해 모두 130개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운석 화석들의 화학 성분과 우주 방사선 노출 정도 등을 분석해 운석의 기원과 지구 도착 시기 등의 정보를 얻었다.
그 결과, 이 운석들은 약 4억6천600만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약 150㎞ 크기의 소행성이 부서져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30개 운석 중 한 개를 제외하곤 모두 같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운석의 특정 동위원소를 분석해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고 약 5만년 뒤에 충돌 때 생긴 우주먼지들이 지구에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약 1만년 뒤부터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우주 먼지가 평소에도 지구에 떨어져 그 양이 연간 4만t에 달하지만, 이때는 1천~1만배나 늘어난 우주 먼지가 대기로 유입되면서 햇볕 투과량을 줄여 지구 기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200만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져 당시 생명체들이 기온 저하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으며 낮아진 기온에 맞춰 새로운 종이 출현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추정됐다.
약 6천600만년 전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공룡 대멸종을 가져온 급격한 기후변화나 현재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근거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에 소행성을 붙잡아 놓고 우주 먼지를 발생 시켜 햇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고도 제안했다.
논문 공동저자로 필드 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시카고대학 지구물리학 부교수인 필립 헤크 박사는 지구온난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재앙적 결과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은 모두 검토돼야 한다면서도 "지구공학적 방법은 잘못되면 이전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비판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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