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D.하나한 교수팀, 네이처에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여성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암은 유방암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전체 여성 암의 약 4분의 1(2018년 기준)을 차지한다.
이런 유방암이 흔히 전이하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뇌다.
유방암의 뇌 전이에 작용하는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뇌 신경세포(뉴런)의 전기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NMDAR(N-메틸-D-아스파르테이트 수용체)이 유방암의 뇌 전이에도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NMDAR은 글루타메이트(신경전달물질) 생성에 꼭 필요한 수용체로, 신호 전달 경로의 시냅스 전 뉴런에서 분비된다.
이 연구는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의 '스위스 암 실험 연구소(ISREC)' 과학자들이 수행했고, 보고서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1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글루타메이트의 자극으로 생기는 NMDAR 신호가 일부 췌장암의 전이를 부추긴다는 건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그래서 ISREC 과학자들은 처음부터 NMDAR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뇌로 전이된 유방암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NMDAR의 작용을 관찰했다.
여기에서 NMDAR이 뉴런에 보내는 '신호 전달 경로'를 뇌 전이 유방암 세포가 결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방암 세포의 뇌 전이는 NMDAR의 활성화에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암세포는 NMDAR의 자동 활성화를 위해 다량의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한다. 그런데 유방암 세포는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로 기발한 방법을 동원했다.
유방암 세포는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는 정상 뉴런을 '가짜 시냅스(fake synapse}'로 이용했다. 이 가짜 시냅스는, 두 개의 뉴런과 성상세포가 서로 연결돼 만드는 '삼각 시냅스(tripartite synapse)'와 유사한 구조를 형성했다.
이렇게 가짜 시냅스가 형성되면 뉴런이 풍족한 양의 글루타메이트를 유방암 세포에 공급해 NMDAR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보고서는 이를 '유방암이 뇌로 전이하는 은밀한 이유'라고 표현했다.
현직 ISREC 소장인 더글러스 하나한 교수는 "잠정적으로 암세포가 정상 뉴런의 시냅스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면서 "뇌 전이 차단을 치료 표적으로 삼아, 글루타메이트가 흥분시키는 전이성 유방암 세포의 구체적인 약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하나한 교수는 암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80년대에 유전자 이식으로 암이 생기게 한 실험용 생쥐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2000년엔 '암의 특징(The Hallmarks of Cancer)'이라는 타이틀의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듬해 권위 있는 학술지 '셀(Cell)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선정되는 등 크게 주목받았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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