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빠지는 英노동당 '좌클릭'…국유화 당헌 부활 논의

입력 2019-09-19 16:09  

지지층 빠지는 英노동당 '좌클릭'…국유화 당헌 부활 논의
여론조사서 자유민주당에 밀리며 제1야당 지위 위협받아
'제3의 길' 블레어 전 총리가 폐기한 당헌 4조 되살리는 방안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이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정국 속에서 선명성을 부각하는 쪽으로 노선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있던 지난 1995년 폐기했던 당헌 4조를 되살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국유화를 통한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 공동 분배, 교환을 규정한 영국 노동당 당헌 4조는 당시 '제3의 길'을 앞세운 블레어 당시 대표가 주도해 기업의 참여와 경쟁을 통한 활력있는 경제를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블레어 당수가 이끌던 당시의 노동당은 정책 수정으로 1997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고, 18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았다.
1917년 제정된 당헌 4조는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는 듯했으나 2015년 당 대표로 취임한 제러미 코빈은 당헌 4조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조기 총선이 거론되는 브렉시트 정국 속에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빈 대표는 당 대표 선거 때 "공공의 참여와 투자, 철도의 공영화를 피해서는 안 된다"며 당헌 4조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타임스는 코빈 대표의 지지자들이 장악한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가 17일 당헌 개정 검토를 위한 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코빈 대표가 이미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노동당 내에서는 당헌 4조를 되살리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당에서 블레어를 지지했던 앨런 존슨 전 내무장관은 당헌 4조를 '올드 버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당내 좌파 진영이 (우파) '블레어리즘'에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존슨 전 장관은 "코빈과 그의 추종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옛 당헌 4조는 1917년에 만들어졌다. 그걸 되살리는 건 그냥 블레어리즘에 대한 승리일 뿐이다"라며 "아무리 그래도 (당헌 4조를 바꾼) 블레어·브라운 정부가 선거에서 세 차례 큰 승리를 거둔 걸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헌 4조 복구 움직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집권 보수당은 물론 자유민주당에도 뒤지며 제3당으로 밀려난 가운데 시작됐다.

더 타임스가 유고브에 의뢰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집권 보수당은 32%의 지지율로 1주일 전과 변화 없이 1위를 지켰고, 자유 민주당은 4% 포인트 오른 23%의 지지율로 21%에 그친 노동당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지난 7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자유민주당이 노동당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노동당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 등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른 야당과 함께 보리스 존슨 총리를 실력으로 제압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최근 1주일 동안 오히려 2% 포인트 낮아졌다.
2017년 총선 때 노동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절반만 그대로 노동당을 지지했고 4분의 1은 자유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9%는 브렉시트당을 지지했다.
영국에서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노동당도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총선을 저울질하고 있어 총선 성사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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