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2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전념해 온 캐나다 과학자가 경구용 알약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저분자 펩타이드 2종을 발견했다. 이들 펩타이드는 생쥐 실험에서 주목할 만한 기억력 회복 효과가 입증됐다.
캐나다 앨버타대 의대의 잭 자만다스 신경학 교수팀은 관련 연구 보고서를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1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이들 2종의 펩타이드를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생쥐에 매일 한 차례씩 5주간 투여한 결과, 기억력이 크게 회복되고 뇌의 병리학적 증상도 대폭 완화됐다고 한다.
펩타이드는 2분자 이상의 아미노산이 탈수 결합해 형성한 화합물을 말하는데, 단백질 분자는 다수의 펩타이드가 결합한 폴리펩타이드의 일종이다.
자만다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생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적이 줄어들고 염증도 완화된 걸 확인했다"면서 "기억력과 함께 뇌의 병리학적 증상까지 크게 개선된 건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 신종 펩타이드는, 앞서 개발된 AC253이라는 화합물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화합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의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C253은 뇌까지 잘 도달하지 못하고 혈액에서 대사작용을 거쳐 빠르게 분해됐다. 그래서 효과를 보려면 많은 양을 투여해야 했고,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컸다.
주입만 가능한 AC253을 경구용으로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만 그러기엔 AC253의 분자 구조가 너무 복잡했다. 연구팀은 고민 끝에 AC253을 더 잘게 부수는 방법으로 돌아서 이번에 성공을 거뒀다.
생쥐 실험에서 새로 발견한 저분자 펩타이드는 AC253의 예방 및 복원 효과를 그대로 재현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펩타이드를 경구용 알약으로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 AC253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자만다스 교수는 2011년 2월, AC253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 효과를 억제한다는 요지의 연구 보고서를 미국의 '병리학 저널(Journal of Pathology)'에 발표했다.
당시 그는 당뇨병 환자의 췌장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비슷한 단백질이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해 AC253의 알츠하이머병 개선 효능을 실험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