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미래에 대해 신중해야" 발언 내놔…"부적절한 요청 아니었다" 강조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 후 매일 결과 곱씹어"…보수당 긴축정책은 옹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캐머런 전 총리는 다만 여왕에게 부적절하거나 헌법에 위배되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여왕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당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독립 반대가 55.3%로 찬성(44.7%)을 앞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307년 만에 영국 연방과 결별하고 독립국으로서 자립하려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도전은 무산됐다.
그러나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후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캐머런 전 총리는 회고록 '기록을 위해서'(For The Record) 발간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공영 BBC에서 방송되는 '캐머런의 시절' 프로그램에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투표를 앞두고 분리독립 찬성 지지율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총리실이 큰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회고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졌을 때 스코틀랜드 밸모럴에 머물고 있던 캐머런 전 총리는 "마치 명치를 맞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캐머런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여왕 비서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여왕에게 부적절하거나 헌법에 위반되는 요청은 하지 않았으며, 단순히 여왕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raising of the eyebrow) 정도면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왕은 이후 밸모럴 영지에 있던 교회 밖에서 지지자들에게 "미래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여왕의 발언이 "매우 제한적이었으나 (주민들이) 약간은 다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당시 버킹엄궁은 여왕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지적에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부인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에도 매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그 영향에 대해 곱씹어왔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최에 반대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의 조언을 무시했지만, 투표 개최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있었던 만큼 지도자로서 다가오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수당 내 EU 탈퇴 유전자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보리스 존슨 현 총리가 당시에 브렉시트 관련 입장을 놓고 고민했으며, 실제로는 EU 탈퇴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캐머런은 자신이 여전히 브렉시트가 완수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자신이 총리직에 오른 뒤로 '긴축정책'을 펼친 것과 관련해 고통스러웠지만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정권을 넘겨받았을 때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적자로 인해 영국 경제가 위험에 처해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이후 불평등은 감소했고 소득세에서 부유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라갔다"면서 "우리는 연금생활자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보호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지켰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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