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잡지 인터뷰 발언에 폭발…샤라포바, 7세 때 미국으로 이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출신의 미녀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2)가 미국을 자신의 '집'으로 생각한다는 인터뷰 발언으로 러시아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샤라포바가 미국 여행전문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ler)와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생활 방식에 익숙해졌으며 이제 미국을 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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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포바는 "나는 7살 때 아버지와 미국에 왔다. (미국 플로리다주)마이애미 공항에 내렸을 때 그곳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많은 것은 흥미로웠으며 많은 것은 아주 무섭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 몇 년은 어려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곳 생활 방식에 적응했으며 지금은 이곳을 집으로 여긴다"고 털어놨다.
샤라포바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나의 교육과 문화의 뿌리는 러시아이며 나는 그것을 소중히 여긴다. 그것은 내 안의 깊은 곳에 남아 있다"고 러시아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는 여전히 러시아 여권과 미국 그린카드(영주권)를 갖고 있다. 친척들이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에 살고 있으며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나의 집은 당연히 미국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 출신의 샤라포바 부모는 지난 1986년 4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그녀가 태어나기 몇개월 전에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냐간(한티만시 자치구)으로 이주했다.
이후 흑해 연안의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로 재이주했으며, 샤라포바가 7살 때인 1994년 전문적으로 테니스를 가르치기 위해 아버지가 그녀를 데리고 마이애미로 이민을 갔다.
샤라포바의 인터뷰 발언 내용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러시아 팬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국에 대한 배신자'라는 등의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팬은 트위터에 "앞으로 '러시아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란 말을 들을 때 그녀의 인터뷰 발언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고, 또 다른 팬은 "이 인터뷰 뒤에 마리야는 많은 팬의 성원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도 그녀를 절대 자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현지 언론들도 "샤라포바의 발언 이후 많은 러시아 팬들이 그녀를 배신자로 여기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25년이나 미국에서 생활한 샤라포바가 미국을 자신의 집으로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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