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리쿠드당-중도 청백당 연정 구성에 고심
대통령은 22일부터 정당들과 협의…최악엔 또 조기총선 치를 수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난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이 보수 진영과 중도·좌파 진영의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연립정부 구성을 둘러싼 수싸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올해 3번째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에 간츠 대표는 대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내가 다음 연정에서 총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양당 대표가 번갈아 총리직을 맡는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이 간츠 대표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은 연정 불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간츠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유대주의 정당인 샤스당, 토라유대주의당(UTJ) 등 우파동맹의 지도자들은 이날 네타냐후를 차기 총리로 추천하기로 약속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다음날인 18일 우파 지도자들을 만나 협력관계를 확인하며 '집안 단속'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백당의 카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청백당과 아랍계 정당 등 중도·좌파 진영은 의석이 57석 정도로 연정에 필요한 과반 의석(61석)에 몇석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백당은 '킹메이커'로 부상한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8석 예상)의 도움을 받아야 연정을 꾸릴 수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대표인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이 아랍계 정당들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게 걸림돌이다.
다만 청백당은 리쿠드당을 제치고 제1당에 오르면 간츠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기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개표 결과가 발표되면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차기 총리 후보 문제를 정당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19일 리블린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 정당들과 협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이 연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다양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에 새로 들어설 연립정부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일단 리에베르만이 제시한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대연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리쿠드당이나 청백당이 리에베르만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
리에베르만이 지난 연정 협상 때 논란이었던 유대교 병역문제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타협점을 찾으면 리쿠드당과 연정을 꾸릴 수도 있다.
반대로 리에베르만이 청백당과 연정을 모색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아랍계 정당들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리쿠드당이 일부 중도·좌파 정당들에 내각의 주요 자리를 약속하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난 4월 총선과 마찬가지로 연정 협상이 결렬돼 조기총선을 다시 치르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한해에 총선을 두차례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비판 여론이 컸다는 점에서 정당들이 어떻게든 연정을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리블린 대통령은 최근 조기 총선을 또다시 치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