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트럼프 탄핵론 재점화 공세…'제2의 러시아 스캔들' 가능성도
트럼프 역공 '국면 전환 시도' 속 바이든에게도 '양날의 칼' 될 수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하면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와 관련한 '조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이 미 대선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2020년 대선을 14개월여 앞두고 제2의 대선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의혹은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 작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의 "엄청난 권력 남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민주당은 하원 차원의 조사를 벼르며 탄핵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상 통화에서 바이든 부자를 언급하긴 했으나 "부적절한 대화는 없었다"고 차단막을 치면서 바이든 관련 의혹을 전면에 부각하는 등 역공을 펴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백악관에서 근무한 정보당국 출신 '내부 고발자'의 고발이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하라고 거듭 요구했으며,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바이든 문제란 바이든이 부통령 재직 시절인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관여하던 현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 레이더망'에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이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21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 남용과 대통령직의 모든 요소를 이용해 나를 비방하는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탄핵론을 꺼내며 이번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22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문제의 통화 녹취록 공개를 촉구하며 대통령 탄핵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앞서 내년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바이든 전 부통령과 경쟁하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바이든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은 '외국에 의한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미 의회가 즉각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심각한 헌법적 의무 위반"이라며 내부 고발 문건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도 트윗을 통해 "만약 대통령이 직접 또는 개인변호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정치적 경쟁자를 조사하라고 요구하거나 압력을 가했다면 이는 극단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며 바이든 부자를 거론하긴 했지만, 결코 어떠한 잘못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는 주로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내용이었고, 주로 부패에 관한 내용이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그의 아들과 같이 우리 국민이 우크라이나에 부패를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말한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녹취록 공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나는 아들과 해외 사업 거래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즉각 부인한 데 대해선 '거짓말'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아들과 분명히 얘기했다. 그는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고 포화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줄리아니는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에서 바이든 의혹에 대한 성과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펴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줄리아니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면서 "나는 '우크라이나 공모'에 대한 매우 확실한 사실을 얻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의 공직을 이용해 가족이 돈을 챙겼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미 언론은 수년 동안 은폐했다"며 주류 언론도 싸잡아 공격했다.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전 부통령 양측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문제가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며 시선 돌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상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선 국면에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 내 탄핵론도 확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이 내내 족쇄가 됐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안이 '제2의 러시아 스캔들'로 비화하는 경우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공교롭게 문제의 통화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첫 의회 증언(7월 24일) 이튿날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버트 뮬러가 의회 증언을 통해 민주당의 탄핵 희망을 꺼트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한 결백이 입증됐다고 소리쳤다"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다음 날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외국 정상과 공모하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도 자신과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재점화된 것이 껄끄러운 상황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선 가도에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강 구도를 부각하게 된 반면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어하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