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공개 검토, 선례되는 건 우려"…군사원조 연계의혹도 부인
탄핵론에는 "민주당의 마녀사냥" 일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 요구와 군사적 지원에 대한 연계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이번 의혹을 고리로 한 민주당의 탄핵론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세를 어어 갔으며, 문제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공개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통화 녹취록 공개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등 두 사람의 장외 신경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에 릴레이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정상과의 회담 때마다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적대적이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날 어떠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히 통화 당시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 "아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며 "나는 '당신들이 이걸 하지 않으면 원조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 녹취록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비밀이 보장되는 대화 내용에 대한 공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결백한 통화인 만큼 그렇게 할지(통화 녹취록을 공개할지)도 모른다"며 "나는 여러분이 보게 되길 원한다. 나는 여러분이 그것을 곧 보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서 돈을 모았다면서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은 부패했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인사가 조 바이든이 한 짓을 했다면, 그리고 공화당 인사가 조 바이든이 한 말을 했다면, 그들은 아마 지금 당장 사형집행용 전기의자에 앉게 됐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가짜뉴스'들이 자신과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면서 자신만을 공격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매우 부정직했다", "매우 나쁜 짓을 했다"며 비난을 계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론 거론에 대해서는 "전혀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면서 "모두 그것이 민주당의 마녀사냥이라는 것을 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윗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렇다면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조사 외압'에 나섰다며 탄핵론을 만지작거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후에도 곤욕을 치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에는 '우크라 의혹'으로 다시 한번 대선 개입 의혹에 휘말리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은 그가 지난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관여하던 현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 레이더망'에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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