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반군 조직원들, 납치 관련 진술문서 특별평화재판소에 제출
콜롬비아 수사당국 "납치 피해자 중 최소 522명 감금중 사망"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김호준 기자 = 콜롬비아의 옛 최대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수장이 법정에 나와 과거 반군이 저지른 납치 범죄에 대해 사죄하며 용서를 구했다.
FARC를 이끌었던 로드리고 론도뇨(일명 티모첸코)는 23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의 특별평화재판소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 수 있도록 내전 당시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과 콜롬비아 언론들에 따르면 론도뇨는 이 자리에서 옛 FARC 조직원들을 대신해 과거 "불운한 관행"으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윤리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론도뇨가 이끌던 FARC는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의 평화협정으로 해체되기 전까지 50년 이상 콜롬비아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최대 반군이다.
이 기간 콜롬비아에서는 최소 25만 명이 숨졌고, 8만 명이 실종됐다.
납치는 FARC 반군의 가장 대표적인 범죄 수법이었다. 반군들은 정치인과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마구 납치해 몸값을 뜯어냈다. 몸값을 주고 풀려나거나 구출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살해되거나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콜롬비아 수사당국은 FARC에 의해 납치된 피해자 중 최소 522명이 감금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스페인 EFE 통신이 전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평화협정에 따라 특별평화재판소를 만들고 내전 당시 반군의 범죄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고 있다.
이날 론도뇨를 비롯한 11명의 옛 FARC 조직원들은 과거 납치 범죄에 대해 진술한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페르난도 카리요 검찰총장은 이날 특별평화재판소에 참석해 "50년 이상 지속된 내전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보상은 납치를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FARC의) 섬뜩한 관행에 관해 (피해자) 가족들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FARC 조직원들이 수사에 협조하기로 하고 처벌을 면했지만, 평화협상 대표였던 이반 마르케스를 비롯한 일부 FARC 잔당들이 최근 무장 투쟁 재개를 선언하면서 평화협정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론도뇨는 이날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법정에 나와 여전히 대부분의 옛 FARC 조직원들이 전쟁 범죄 규명에 성실히 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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