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블린 대통령 중재로 총선 후 첫 회동…대통령 "중대한 진전"
(서울·카이로=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의 결과를 받아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대연정' 논의에 착수했다.
두 정치인이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하는 방식의 합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누가 먼저 총리를 맡을 것인지가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청백당(청백연대)의 간츠 대표는 이날 밤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면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대연정 추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총선이 치러진 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만나기는 처음이다.
리블린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진행된 면담을 마친 뒤 "거국 내각을 만들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지금 첫 번째 과제는 양측의 신뢰 아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협상팀은 24일 대연정을 논의하고 25일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양 대표가 대연정 추진과 관련해 어떤 문제를 논의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는 면담 직후 연정 협상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주의 종교정당 등 우파 정당들에 연정을 꾸릴 때 동맹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종전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간츠 대표도 청백당 당원들에게 "대중은 변화를 택했고 우리는 리더십을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정 구성에 캐스팅 보트를 쥔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대표인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은 자신의 SNS에 "기쁘게도 양대 정당이 총리 교대제(rotating premiership) 방식으로 대연정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압박을 받아들였다"고 썼다.
리에베르만 대표는 "현재 논쟁은 전체적으로 (둘 중) 누가 먼저 총리직을 맡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1984∼1988년 이스라엘에서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시몬 페레스와 우파인 리쿠드당 이츠하크 샤미르가 총리직을 번갈아 맡은 적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청백당은 총 120개 의석 중 33석을 얻어 1당에 올랐고, 리쿠드당은 2석 뒤진 31석을 차지했다.
유대주의 종교 정당과 손잡은 네타냐후 진영이나 아랍계 정당의 지지를 받는 간츠 진영이 각각 54∼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연정에 필요한 61석을 채우지 못하는 상태다.
캐스팅보트를 쥔 리에베르만 대표가 둘 사이에 중립을 선언한 때문이다.
부패 수사로 기소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대표는 19일 간츠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청백당 지도부는 네타냐후가 이끄는 대연정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네타냐후와 간츠 중 어느 진영도 정부를 구성할 만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자 리블린 대통령과 리에베르만 대표는 대연정을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22일 청백당 지도부와 만남에서, 올해 세 번째 총선 시행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안정적 정부를 세우려면 양대 정당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와 간츠가 대연정에 합의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대연정이 성사되려면 네타냐후 총리가 기소 위기를 벗도록 그에게 총리직이 보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간츠 대표는 '부패 정치인이며 극단주의자와 협력하는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연정에는 불참한다'는 종전 소신에서 후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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