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시카고 유세길에 찾은 선술집에서 기념사진 촬영 요구에 응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베토 오루크 전 연방하원의원(46·민주·텍사스)은 전날 밤 시카고에서 갈증과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술집 '헤이마켓 펍 앤드 브루어리'를 찾았다가 논란을 촉발했다.
술집 주인 존 뉴로터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 오루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그가 시카고를 방문한 이유를 설명한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총기 규제 강화론자인 오루크는 23일 오전 시카고에서 총기 폭력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최근 열린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신이 가진 (공격용 소총) AR-15와 AK-47을 압수하겠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강조했다.
'파워 블로거' '해커' '인터넷 신문 대표'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오루크는 민주당 경선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대권 도전 선언 하루 만에 온라인상에서 약 613만7천 달러(약 70억 원)의 후원금을 모을만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출마 선언 후 하루 동안 592만 달러를 모은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의 기록을 앞선다.
유명 인사의 방문을 자랑하려던 뉴로터의 포스팅은 엉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로터의 포스팅에는 "술과 총 가운데 무엇이 더 나쁜가"에 대한 시비를 비롯 수많은 답글이 달렸다.
한 남성은 "알코올이 총기 보다 더 많은 사람 목숨을 앗아간다. 위선자"라는 답글을 남겼다.
시카고 트리뷴은 미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센터(NIAAA) 자료를 인용, 미국에서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매년 8만8천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총기 사망자는 약 4만 명이다.
일부 이용자는 뉴로터에게 "정치적으로 굴지 말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맥주를 만들어 파는 일에 집중하라"는 충고를 남기기도 했다.
헤이마켓 공동 대표 피트 크라울리는 "개인적으로 진보 쪽에 기울어져 있으나, 사업상 결정을 내 정치적 신념에 근거해 내리지는 않는다"며 "대선 후보가 우리 가게를 손님으로 방문했을 뿐, 사진이 정치적으로 비춰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뉴로터는 오루크가 오후 7시45분께 예약 없이 측근들을 대동하고 가게를 찾았다면서 가게는 거의 비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총기 폭력 토론회를 언급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맥주 한 잔 마시기 위해 선술집에 들른 것을 놓고 그렇게 열광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이 별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뉴로터는 "아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가게에 들렀더라도 나는 그와 함께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람 이매뉴얼 전 시장이든 버락 오바마든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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