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에 美 책임있어…한일협정은 美개입으로 만들어진 것"

입력 2019-09-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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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에 美 책임있어…한일협정은 美개입으로 만들어진 것"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NYT 기고문서 주장
"한일이 역사 무기화하는 건 美역할 때문…오랫동안 편파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오늘날 한일관계의 불화에는 미국 정부가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더러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 모두 그들의 분쟁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지 않지만 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더든 교수는 "그들(한국과 일본)이 다투는 대상인 그 역사적 순간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개입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등의 과정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더든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일본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윌리엄 시볼드 등 '친일파' 미국 관료의 역할을 언급했다.
시볼드는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정치 고문을 지내는 등 1946~1952년 여러 중요한 직책을 맡으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더든 교수에 따르면 시볼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되기 하루 전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당시 미 정부 내에서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공개했다.
그는 '맥아더와 일본에서:점령의 개인사'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한국인을 폭력 성향이 있는 민족으로 묘사했다. 그는 한국인을 "억압받고 불행하며 가난하고, 조용하면서 뚱한, 슬픈 사람들"로 표현했다.
또 한국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굳어지며 무자비함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마치 골칫거리처럼 표현했다.
책에는 20세기의 절반을 일본이, 그것도 잔혹하게 한국을 지배했으며 일본의 한국인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시볼드는 일본의 식민 지배 시기가 한국 사회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등의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더든 교수는 지적했다.
시볼드의 이런 시각은 그가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 인사들과 교류하며 한국에 대한 이들의 시각을 내면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이런 편파적인 시각은 당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미국 외교관들의 시각과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했다.
시볼드는 "1965년 협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 정부는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던 기금을 베트남 개입 확대를 위한 쪽으로 돌려쓰기를 원했다"며 한일청구권협정이 이런 맥락에서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1964년 로버트 코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리가 맥조지 번디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사정이 드러난다.
코머는 편지에서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장기간의 짐을 나눠서 질 사람을 찾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일본인들"이라고 지목했다.
결국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오랜 불만을 협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고 하지만, 미 정부로서는 자국의 이익을 더하고 편의를 위해 동맹을 이용했다는 것이라고 더든 교수는 지적했다.
당시 주일 미 대사였던 에드윈 라이샤워가 1964년 보낸 전보에서 일본의 완전한 사과는 "극도로 민감한 영역"이라며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등지고 우호적인 협력의 새로운 시기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성명이 일본 대중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은지 궁금하다"고 한 것도 당시 분위기를 짐작게 한다.
더든 교수는 협정 전후의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만약 시작부터 문제가 있다면 이것은 미국의 선호와 결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협정을 빨리 체결시키고자 "한국이 강제노역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와 같은 일부 골치 아픈 문제들을 밀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더든 교수는 밝혔다.
그는 "1965년 협정은 한국과 일본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동결시켰을 뿐이며 이는 당시 미국에 적절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평했다.
더든 교수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진전을 이루고 싶다면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거부해왔던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역사를 무기화하고 있다면 그것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역할 때문이며, 미국이 오랫동안 둘 사이에서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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