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첫걸음 뗀 시리아 헌법위…실효성에 물음표

입력 2019-09-25 01:49  

우여곡절 끝에 첫걸음 뗀 시리아 헌법위…실효성에 물음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수주 안에 헌법위원회 소집"
북동부 장악한 쿠르드족 헌법위 구성 비판·반군은 결사항전 태세
러시아·터키·이란 등 지역 강국 입김 배제하기 어려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시리아 헌법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미국 뉴욕 현지시간) "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리아 헌법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며 "향후 수주 안에 헌법위원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 정부와 야권이 150명 규모로 헌법위원회를 구성하는 합의를 마무리했다"며 "비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여정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헌법위원회는 2011년 이후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을 끝내고 시리아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설립하기 위해 새 헌법을 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헌법위원회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와 온건 야권 대표, 스테판 데 미스투라 전 유엔 시리아 특사 등이 지난해 1월 설립에 합의한 이후 20개월 넘게 구성에 차질을 빚어왔다.
150명으로 이뤄질 위원회 구성을 놓고 시리아 정부와 야권, 유엔의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이에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23일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만나 시리아 정부가 위원 50명을 지명하고 야권과 유엔에서 각각 50명씩의 위원을 지명하기로 합의했다.
최대 걸림돌이었던 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헌법위원회가 순조로운 출발을 할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줄리엥 반스-데이시 유럽외교협회(ECFR)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24일 AFP 통신에 "시리아 헌법위원회를 둘러싼 근본적인 의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스-데이시 국장은 "시리아 정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알아사드 대통령의 입지를 위협하는 어떤 움직임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공정한 정치적 해결이나 실질적인 개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알아사드 정권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반대파의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FP 통신은 "알아사드 정권은 기존 헌법을 개정하려고 하지만, 야권은 새 헌법을 만들고자 한다"며 "헌법위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구는 시리아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열리기를 바라고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한 수백만의 시리아인이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알아사드 정부는 어떤 것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태생적 한계도 헌법위원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애초 헌법위원회 설립을 결정한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에는 유엔과 알아사드 정권, 온건 야권만 참여했다.
내전의 한 축인 반군과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시리아 쿠르드족은 대표자회의 참여를 거부했다. 애초부터 태생적 한계를 지닌 채 닻을 올린 셈이다.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 자치정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쿠르드 자치정부가 빠진 헌법위원회 구성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서부 이들립 주(州) 일대를 근거로 정부군과 대치 중인 반군은 헌법위원회 구성에 일말의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결사 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달 말 이들립 남부의 요충지인 칸셰이쿤을 탈환한 이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정부군 역시 반군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태도다.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전날 페데르센 특사와의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테러조직과의 전쟁을 계속할 권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테러조직'은 반군의 주축이자 옛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를 계승한 하야트 타흐리흐 알샴(HTS)을 뜻한다.
아울러 시리아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러시아·터키·이란 등 주변 지역 강국의 입김 역시 헌법위원회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3국은 지난 1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제5차 러시아·터키·이란 정상회담에서 헌법위원회 구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이란과 반군을 돕는 터키의 속마음은 제각각이라는 분석이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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