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9개월만에 최대 낙폭…기업·노동시장 비관 급증
경기침체 우려 속 美경제 70% 떠받치는 소비에 경고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무역전쟁 격화의 여파로 미국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영리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5.1로 지난달 134.2보다 무려 9.1이나 떨어졌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가 자신들의 살림살이 전망을 근거로 미래를 얼마나 낙관하거나 비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가계의 소비의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준다.
기준점은 1980년에 설정된 100이며 높을수록 소비의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달 지수는 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자 2010년 이후 시장 예상치와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설문을 통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보면 블룸버그는 133,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는 133.5였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현재 기업과 노동시장 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 현재상황 지수도 지난달 176.0에서 이달 169.0으로 급락했다.
소득, 기업, 노동시장 여건에 대한 단기 전망을 측정하는 기대 지수도 같은 기간 106.4에서 95.8로 곤두박질쳤다.
콘퍼런스보드의 경제지표 선임국장인 린 프랜코는 "소비자들이 현재 여건을 평가하는 데 있어 덜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단기 경제전망에 대한 기대도 역시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관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가 지목됐다.
프랜코는 "8월 말에 무역과 관세를 둘러싼 긴장고조 때문에 소비자들이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불확실성과 변동성의 패턴이 올해 지속돼 소비심리가 침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갈등을 증폭한 데 이어 소비재를 대거 포함한 중국 제품에 추가관세를 추진해 실제로 이달부터 일부를 집행했다.
미국의 소비심리 저하는 경기 확장기가 막판에 도달했다는 진단 속에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계의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제조업 경기둔화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양호한 까닭은 굳건한 소비에서 찾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는 "미국 가계가 망설이는 순간 그대로 경기침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지수 하락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CNN방송은 "무역전쟁이 미국 소비자들을 억누르고 있다"며 "소비자의 지출이 동력인 미국 경제에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기업활동과 일자리에 대한 비관 때문에 미국 경제성장의 근간을 지탱하는 가계의 소비에 리스크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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