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인터뷰…CNN 인터뷰선 "트럼프와의 통화 내용은 사적이고 기밀"
유엔 총회 연설선 러시아의 크림병합·군사 공세 강하게 비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중 조 바이든 전(前) 미국 부통령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이 누구도 자신을 압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뉴욕 시간)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한 뒤 러시아 TV 방송 '로시야'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가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누구도 나를 압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독립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의 아들뿐이다"라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뒤이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사적이고 기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녹취록이 공개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두고 보자"고만 답했다.
이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와 바이든 전 부통령 및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가 연계돼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지난 21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나는 대화(트럼프와 젤렌스키간 통화)가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으며, 압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는 길고 우호적이었으며 많은 질문을 다뤘고, 때때로 진지한 답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016년 초 자기 아들이 소속된 에너지 회사를 수사하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우크라이나 측을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고 젤렌스키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 압력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 민주당은 하원 차원의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조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24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할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도 녹취록을 공개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세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5년 동안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전쟁(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을 병합한 지도 5년이 지났다"면서 "지금까지 1만3천명 이상이 숨졌고 3만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150만명이 난민이 됐다. 매년 이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는 "현대 세계에서 '남의 전쟁'은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누구도 안전하게 느낄 수 없다"면서 친러 반군과 정부군이 싸우는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의 증거라면서 총탄을 보여주며 연설을 시작한 젤렌스키는 "전쟁 종식과 점령당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이 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