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리 사퇴해야"…정부, 총선 동의안 곧 내놓을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영국 하원이 25일(현지시간) 다시 열렸다.
지난 10일 정회에 들어간 지 보름만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지난 10일 오전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정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영국 대법원이 이같은 의회 정회가 "불법이자 무효인 만큼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하원은 이날 다시 소집됐다.
대법원은 "여왕에게 의회를 정회하도록 권고한 (존슨 총리의) 결정은 위법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의회가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좌절시키거나 방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날 하원에서는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참석한 가운데 대정부 질의가 이어졌다.
의회 정회에 제동을 건 소송을 주도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조안나 체리 의원은 의회 정회에 앞서 콕스 법무상이 정부에 건넨 법률 검토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스카이 뉴스는 콕스 법무상이 의회 정회가 합법적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담은 법률 검토 내용을 존슨 총리에게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콕스 법무상은 체리 의원의 질의에 (의회 정회에 관한) 정부 접근법은 "합법적이고 헌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법률 검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따져보겠다"고 답변했다.
야당은 전날 대법원 판결 이후 한 목소리로 존슨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SNP는 "나라가 '좀비 총리', '좀비 정부' 하에 있다"면서 "총리와 (보수당) 정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콕스는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정부를 비판만 할 뿐 의회 내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총선 개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 의회는 '죽은 의회'다. 더이상 열려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은 불명예스럽다. (야당은) 정부 불신임안을 언제든지 표결할 수 있지만 이에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콕스는 정부가 곧 하원에 총선 동의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 즉 434명의 의원이 정부의 총선 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
앞서 존슨 총리는 두 차례 총선 동의안을 의회 표결에 부쳤지만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지 못했다.
'고정임기 의회법'상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 통과하고 14일 동안 새로운 내각이 형성되지 못하면 역시 총선이 열리게 된다.
다만 정부 불신임안은 제1야당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만이 제출할 수 있다.
코빈 대표는 자신 역시 총선을 원하지만 의회가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을 완전히 가로막은 뒤에야 이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또다시 총선 동의안을 상정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로 인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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