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화녹취록에 "외압 사실로" vs "대가 없었다"…대립격화

입력 2019-09-26 04:09  

트럼프 통화녹취록에 "외압 사실로" vs "대가 없었다"…대립격화
트럼프 "마녀사냥" 맹비난…공화당 "무모한 탄핵추진" 상원서 부결 엄포
민주 "마피아 같은 강탈…대가 없어도 선거개입 요청만으로 탄핵 충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서 촉발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놓고 25일(현지시간) 정치권의 대치전선이 가팔라지면서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착수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압박이 없었다"며 통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습이다.
이번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부당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 도전에 나선 민주당의 유력 주자여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외국 정상까지 불법적으로 끌어들였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쪽짜리 통화 녹취록 공개를 지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백악관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법무장관과 협력할 것을 반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역사상, 아마도 (세계)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아무것도 없던 통화(nothing call)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언급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의 부패 척결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어떤 대가를 제시한 것도 아니어서 대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역시 탄핵근거가 불충분한 데도 민주당이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며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이를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에서 소추안을 처리하더라도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조직적으로 저지하면 탄핵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는 "전화 통화상 어떤 대가도, 법 위반도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펠로시 하원의장은 무모한 결정에 어떤 근거도 없는 탄핵절차를 시작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 법사위의 공화당 간사인 더그 콜린스 의원은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기도 전에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이 드러났다"며 "진정한 위험은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손상을 주려는 희망에서 근거없는 비난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TV 방송 '로시야'와 한 인터뷰에서 "누구도 나를 압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독립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와 바이든 전 부통령 및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가 연계돼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공개된 녹취록이 탄핵 사유를 강화하는 증거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선거의 진실성, 대통령직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관여했음을 입증한다며 탄핵 필요성을 확신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하원 정보위 애덤 시프 위원장은 녹취록에 대해 "미국의 지원이 간절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외국 지도자에 대한 전형적으로 마피아 같은 강탈"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원 법사위 소속인 발 데밍스 의원은 "거의 모든 문장은 충격적인 권한남용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브렌던 보일 의원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나쁘다. 이 녹취록을 공개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가성이 없어 문제가 안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반박했다.
시프 정보위원장,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하원 위원장 4명은 공동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우리나라 선거에 개입하라고 요청한 것, 그것으로도 충분한 배신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 보류를 협박했든 안했든 부정행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 국장대행을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불거진 계기가 된 내부고발자의 의회 증언을 추진하는 한편 이번 녹취록 외에 다른 문서들도 확보할 계획이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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