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 연 英의회 고성·막말 난무…"곰우리 같았다"

입력 2019-09-26 10:56  

다시 문 연 英의회 고성·막말 난무…"곰우리 같았다"
존슨 총리 "대법원 잘못된 결정"…야당 의원들 "총리 감옥에 있어야" 사퇴 압박
법무상 "죽은 의회, 의원들 앉아있을 자격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가 위법이라는 대법원판결로 25일(현지시간) 다시 문을 연 영국 하원이 개원 첫날부터 고성과 막말이난무하는 험악한 모습을 연출했다.
10월 31일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존슨 총리가 여왕 연설을 이용해 의회 문을 전격 닫았던 조치를 대법원이 뒤집자 존슨 총리와 야당 의원들은 억눌렀던 분노를 쏟아내듯 상대에 독설을 퍼부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대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잘못 선고했다"며 "이렇게 말하는 게 사법부에 대한 무례도 아니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또 의원들이 브렉시트 협상 문제를 놓고 태업을 하고 있다며 화살을 돌리면서 "브렉시트가 되게 하든가 (정부) 불신임 투표를 해서 유권자 심판을 받자"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와 총선을 연결 짓는 노동당에 거듭 총선을 제안한 뒤 "다른 작은 정당들이 관심이 있다면 불신임 투표안을 상정하라"면서 "시간을 주겠다"고 소수 정당을 자극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존슨 총리는 24일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유엔 일정을 단축하고 서둘러 귀국했다.




존슨 총리에 이어 연설에 나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총리직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서 대법원 판결 이후 사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은 판결 후에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존슨 총리를 공격했다.
코빈 대표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나라를 위해, 그는 물러나야 한다"며 "총선을 원하면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총선을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언 블랙포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원내대표는 "이런 총리를 믿을 수 없다. 그의 시간을 멈춰야 한다. 그의 임기는 거짓말과 기만, 법치 훼손의 나날이다"라며 존슨 총리를 공격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수차례 '질서'를 외쳤던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블랙포드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하원 규정에 어긋난다며 '거짓말'이라는 발언을 철회하라고 했다.
발언을 이어간 블랙포드 원내대표는 "지금 바로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이런 독재를 끝내고, (총리는) 지금 물러날 것인가"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는 존슨 총리에게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하원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슨 총리는 '투항' 같은 선동적인 표현을 중단하라는 노동당 의원의 요구에 "그런 협잡은 내 평생 들어본 적이 없다"며 거친 표현으로 맞받아쳤다.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존슨 총리를 향해 "당신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의회 정회의 법률 검토를 맡았던 제프리 콕스 법무상이 "죽은 의회"라며 "(의원들이) 앉아 있을 도덕적 권리도 없다"고 말하자, 베리 시어맨 노동당 의원은 "저런 사람, 저런 정당, 총리가 도덕과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맞받아쳤다.


BBC는 이날 하원의 분위기가 사방에서 독설이 쏟아지는 '곰 우리' 같았다면서, 토론이 시작되고 불과 몇 분 만에 의원들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고성과 독설, 손가락질이 오갔다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영국 하원이 추한 모습을 보였다며 의회가 문을 열었지만, 의원들은 더 화가 나 있고 앞으로 몇 주간 더 추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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