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지난해 미국에서 검열을 받거나 '금서' 처분된 책이 48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국 도서관 협회(ALA)는 금주 '금서 주간'(Banned Book Week)을 맞아 "도서 검열의 위협"을 조명하기 위해 2018년 미 전역의 도서관·학교·대학에서 검열 심의의 대상이 된 책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인 대상 도서가 검열받은 사례는 드물었으나,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480여 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성소수자(LGBTQ)가 등장하거나 성소수자 이슈를 묘사한 책이 가장 많이 검열 대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도전을 받은 책 11권에 이런 경향이 드러나 있다.
ALA 측은 "대부분 젊은 성인(young adult) 도서이거나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또는 LGBTQ 이슈를 다룬 책,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어린이 도서"라면서 "가장 여러 차례 검열 대상이 된 3권 모두 LGBTQ 콘텐츠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장 여러 차례 검열 대상이 된 책은 뉴욕 작가 알렉스 지노가 트랜스젠더 소녀를 주인공으로 쓴 어린이용 소설 '조지'(George).
두 번째는 '사랑에 빠진 토끼'(A Day in the Life of Marlon Bundo)다. 두 마리 동성 토끼 간의 로맨스를 통해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내용의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세 번째는 대브 필키가 그린 '캡틴 언더팬츠'(Captain Underpants) 시리즈로, 동성 커플이 등장한다는 이유였다.
ALA는 "문제 제기는 대부분 부모 또는 시민단체가 한다"면서 "일부는 '금서' 요구에서 살아남지만 어떤 경우 학교장이 학부모로부터 불만을 듣고 규정 확인이나 논의 절차도 없이 곧장 교내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1982년,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해 중·고등학교 당국이 특정 도서를 콘텐츠를 문제 삼아 학교 도서관에서 빼버릴 수 없도록 했다.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책은 음란물에 한한다.
ALA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금서 주간', 더 많은 이들이 '독서의 자유'를 위해 일어설 것을 촉구하면서 금서 또는 검열 대상 서적의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소셜네트워크(SNS) 메시지를 띄우는 캠페인(Dear Banned Author)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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