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의 대선개입 요청' 대통령직 남용…국가안보 위태롭게 해"
"줄리아니가 핵심인물"…백악관 "히스테리와 거짓 이야기에 계속 저항"
전날 통화 녹취록 공개 이어 탄핵정국서 파문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우크라 의혹'의 발단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2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특히 고발장에는 이번 의혹을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문제의 7월 25일 통화 기록과 관련, 백악관이 그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담겨 주목된다.
상·하원 정보위원장에 대한 서신 형태로 된 A4 용지 9쪽 분량의 이 문건은 전날 기밀 해제된 뒤 일부 내용이 검은색으로 지워진 편집본 형태로 공개됐다. 문건의 날짜는 2019년 8월 12일로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7월 25일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이어 내부고발장이 추가로 공개됨에 따라 탄핵정국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CNN방송은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이 고발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외국의 개입을 요청하는 데 그의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언론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고발장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미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미국의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외국의 개입을 요청하는데 그의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우크라 의혹'을 거론, "이러한 개입에는 대통령의 주요 민주당 정적 중 한 명에 대해 조사하도록 외국을 압박한 것이 포함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이러한 시도의 핵심 인물이라면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 역시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내부 고발자 이슈가 불거지기 전까지 바 장관은 문제의 7월 25일 통화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P가 전했다.
내부고발자는 고발장에서 "나는 이러한 행위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험을 가하는 한편으로 미 대선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억지하고 맞서려는 미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킨다는데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내부고발자는 "(7월 25일 미·우크라이나 정상 간에 이뤄진) 통화가 있고 나서 얼마 후에 나는 복수의 미 당국자들로부터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전화 통화 관련 모든 기록, 특히 백악관 상황실에서 만들어진 '말 그대로의' 녹취록을 감추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백악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백악관 당국자들이 통화 중에 일어난 일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내부고발자는 백악관 당국자들이 백악관 변호사들로부터 통화 관련 전자 녹취록을 녹취록들이 통상적으로 저장되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당 당국자들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이 전날 공개한 7월 25일 통화 녹취록은 '글자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와 상황실에 있던 당국자들의 필기와 기억, 전문가 청취 등을 합친 '개략적인 녹취록'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고발장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줄리아니의 행위들도 담겨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 내부고발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모와 만나기 위한 지난 8월 2일 줄리아니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7월 25일 통화 내용에 대한 직접적 후속 조치 차원이었다는 것을 다른 미 당국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줄리아니는 이 외에 젤렌스키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그의 다른 참모들에게도 손을 뻗쳤다고 이 내부고발자는 고발장에서 전했다.
이번 고발장 공개는 조지프 매과이어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대한 미 하원 정보위의 이날 청문회 직전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고발장 배포로 달라진 것은 어떤 것도 없다"며 고발장에 대해 "제3자의 설명과 대충 꿰맞춘 신문 스크랩을 수집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미 축소에 나섰다.
이어 "백악관은 민주당과 많은 주류 언론에 의해 퍼뜨려지는 히스테리와 거짓 이야기들에 대해 계속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원들은 공화당과 공화당이 옹호하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함께 뭉쳐서 승부를 보고 강력히 싸우라, 공화당원들. 나라가 위태롭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앞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 외압을 행사,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권한을 심대하게 남용했다며 지난 24일 탄핵 조사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전날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는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지렛대로 조사를 요청했다는 이른바 '대가성 의혹'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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