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글렌데일 노숙촌에 불질러…경찰, 증오범죄 여부 수사
LA 시권역 노숙자 16% 급증…연방·주·시 당국 팔 걷어도 악화일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최근 급증 추세의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노숙자 캠프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USA투데이·ABC방송에 따르면 LA 도심 북서쪽 글렌데일의 한 노숙자 캠프에 지난 13일 30대 남성이 불을 질렀다가 체포됐다.
소방대가 진화에 나서 잠자던 노숙자들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리처드 스몰렛츠(32)라는 이 남성은 벽을 대신해 골판지로 얽어놓은 노숙촌 캠프에 불을 지른 뒤 화염이 번지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스몰렛츠를 방화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불이 난 지역은 네온아트뮤지엄 인근으로 노숙자 캠프가 많은 곳이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가 노숙자 캠프를 혐오시설로 보고 불을 지른 증오범죄인지 수사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는 노숙자 수가 6만 명에 육박해 미국 전체 노숙자의 10% 이상이 몰려 있다.
LA카운티 노숙자 수는 지난해보다 12% 급증했다. LA 시 권역은 증가세가 이보다 더 가파르다. LA 시 권역 노숙자는 작년보다 16% 늘었다.
2011년과 비교하면 50% 넘게 증가한 수치다.
노숙자 문제가 LA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LA 지역 시민단체들은 가세티 시장이 거액의 재정을 쏟아붓고도 노숙자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며 주민소환(리콜)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백악관도 관리들을 LA에 파견해 노숙자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캘리포니아주를 찾은 자리에서 "우리 거리와 빌딩 입구 등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텐트를 치고 산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방치함으로써 도시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걸 마냥 놓아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심 노숙자들을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교외 시설로 집단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미 언론이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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