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1광년 GJ 3512, 태양 10분의1 별이 목성 절반크기 행성 거느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별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 행성들을 거느리고 행성계를 구성한다. 태양계에서는 목성이 지구 질량의 318배에 달하는 가장 큰 행성이지만 태양과 비교하면 1천48분의 1에 불과할 만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별이 덩치에 맞지 않게 큰 행성을 가진 '이상한' 행성계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 우주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후안 카를로스 모랄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31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GJ 3512' 행성계에 관한 관측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스페인 남부 칼라르 알토 천문대의 적외 분광기로 적색왜성인 GJ 3512의 별빛이 행성의 중력작용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측정해 이를 도는 가스형 행성 GJ 3512 b를 확인했다.
GJ 3512는 적색왜성 중에서도 작은 편으로 태양 질량의 12%에 불과하다. 목성보다는 불과 35%밖에 크지 않다. 하지만 목성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b행성이 204일 주기로 이 별을 도는 전혀 예상 밖의 관측 결과가 나왔다.
GJ 3512의 크기로 볼 때 b행성은 행성 형성과 진화 이론이 예측한 질량 한계치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주류 모델로는 존재할 수 없는 행성이 발견된 셈이다.
'핵 강착(core accretion)' 이론으로 알려진 주류 모델은 행성이 별 주변의 가스와 먼지 원반에서 작은 알갱이를 뭉쳐 핵을 먼저 형성하고 중력으로 주변의 가스를 끌어당겨 덩치를 키운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으로는 작은 별 주변에서는 작은 행성만 만들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예컨대, GJ 3512와 비슷한 적색왜성인 '트라피스트(TRAPPIST)-1'이 지구 크기나 이보다 작은 행성들만 거느리고 있는 것이 전형이며, GJ 3512 b처럼 큰 행성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모델과 달리 젊은 별 주변의 원시행성 원반에서 중력이 불안정해 밀도가 높은 부분이 점차 커지다가 붕괴하면서 큰 행성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b 행성 이외에 GJ 3512를 도는 제2의 행성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확인하는 관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제3의 행성도 있었지만 아주 오래전에 행성계 밖으로 쫓겨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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