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투표율 등으로 정부 힘 약화 우려…탈레반 평화협상도 난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대선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무난하게 치러졌지만, 아직 평화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려면 몇 달이 더 필요해 부정 선거 논란, 테러 등 각종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아프간 정국을 강력하게 주도해 나갈 힘이 부족한 데다 미국-탈레반 간 평화협상 재개도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아프간 상황은 당분간 혼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아프간 대선은 곳곳에서 빚어진 테러 속에서도 끝까지 큰 사고 없이 치러졌다.
수도 카불, 남부와 동부 등 전국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사상자 20여명이 생겼지만, 최악으로 분류될 정도의 대형 테러 없이 진행됐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문제는 부정 선거 이의 신청 등의 절차 등을 거쳐 이날 선거의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11월 초는 돼야 한다는 점이다.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이후 결선 투표도 실시돼야 한다.
11월 23일께 결선 투표가 열린다면 그 결과가 나오는데도 또 한 달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앞으로 세 달가량 대선과 관련해 정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낮은 투표율과 부정선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대선 투표율은 2004년 84%에서 2009년, 2014년 각각 35%로 낮아졌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도 2014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선거에 대한 국민 기대감도 과거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2014년 선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테러 때문에 불참한다는 수도 카불의 누르 아가는 AP통신에 "어떤 후보를 위해서도 내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에 투표했지만 그 이후로 치안은 더 나빠졌고 가난은 더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부정선거도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4년 대선에서는 광범위하게 부정선거가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함께 이번 대선의 양강 후보로 꼽히는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은 2014년 1차 투표에서 45%의 지지율로 35% 지지율의 가니를 제쳤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45%의 득표율로 55%를 득표한 가니에게 역전당했다.
그러자 압둘라는 선거 결과 불복 의사를 밝혔고, 미국이 중재에 나선 끝에 두 사람은 대통령과 최고 행정관 자리를 나눠 가진 채 지금까지 정부를 이끌어왔다.
압둘라는 이미 "만약 대규모 부정 선거가 자행된 가운데 누군가 승리를 주장한다면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일찌감치 선거 결과와 관련한 논란을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투표율이 낮은 데다 부정선거 문제까지 겹치면 정부의 정통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겨온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프간 정부가 배제된 채 진행되던 미국과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사망' 선언으로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미스바훌라 압둘 바키 살람대 총장은 EFE통신에 "새 정부의 포지션은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탈레반과 협상에서도 지금 정부보다 더 큰 도전에 휩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난 정부가 선거까지 치른 바람에 앞으로 더욱 큰 경제적 부담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P통신은 이번 대선이 결선 투표까지 이어진다면 관련 비용은 1억5천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와중에 미국은 아프간 정부의 부패가 심각하다며 이달 중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비용으로 예정된 1억달러와 또 다른 원조 6천만달러를 보류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아프간 전쟁에서 8천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미국이 국제 원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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